공기업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가장 먼저 확대 도입한 한국마사회에서 저성과자 퇴출제 논란이 일고 있다. 전체 인원의 5% 이상을 저성과자로 지목해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기준도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한국마사회의 ‘2016년도 본부 팀원 배치 기준’문서에 따르면 마사회는 본부 인원 830명의 5% 이상을 미지명(부서 미배치) 하도록 했다. 미지명 통보를 받은 직원은 부서로 배치되지 못하고 '저성과자 향상교육'이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향상교육은 지난해 한 차례 시행됐는데, 당시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사회는 이달 9일 본부별 미지명 인력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심의하고 10일 후속 인사명령을 낼 계획이다. 사측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를 지난 4일 사내망에 게시했다.

기준은 평가자 맘대로?

문서에는 ‘본부 배치 기본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지명' 인원은 원칙적으로 본부 인원의 5% 이상으로 정했다. 본부별 소속 팀 단위로 인사명령을 할 예정인데, 해당자가 없거나 5%에 미달할 경우 CEO에게 사전에 보고하도록 했다.

미지명 기준도 논란이다. 마사회는 미지명 기준을 △경영방침 및 직원의 준수의무 위반자 △근무 해태자 △업무능력 미흡자 △위계질서 및 직장예절 훼손자 △사회통념 및 이해 수준을 넘어서 대내외적 물의를 일으키는 자로 정했다. '기관의 경영방침에 반대하거나 왜곡해 조직력을 와해하는 자' '극단적 언행으로 조직의 위계질서 및 예절을 훼손하는 자'처럼 상사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큰 세부항목이 명시됐다. 미지명 제외 대상은 △입사 2년 미만의 신입사원(최소 보호기간 필요) △근무평가 결과 고평가(S·A등급) 직원 △전문직위자 △임금피크제 적용자로 정했다.

한국마사회노조(위원장 전병준)는 “회장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저성과자로 낙인찍겠다는 것”이라며 “자의적 기준에 따른 저성과자 선정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본부장 선택 못 받으면 미지명자 돼”

향상교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30여명을 대상으로 향상교육을 실시했다. 당시 비인격적 교육 내용으로 논란을 샀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미지명자 1차 교육에서 대상자들을 목장에 보내 마사 청소를 시키고 직원 이름을 부르지 않고 교도소처럼 몇 번 교육생으로 호명하는 등 인격 모독적 교육을 시행했다”며 “올해는 저성과자를 선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회사가 기습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차 교육 이후 노조의 항의로 2차 교육부터는 교육 내용이 변경됐다.

노조는 “지난해 고평가 등급을 받았는데도 미지명으로 분류된 직원이 있어 평가기준 논란이 있었다”며 “본부장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미지명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저성과자 퇴출제와는 전혀 다른 내부 업무 배치 가이드라인인데 노조가 오해하고 있다”며 “5% 이상을 꼭 미지명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혹시 대상자가 나오면 교육을 통해 다시 부서로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단체인 공공노련도 공동대응할 계획이다. 연맹 관계자는 “그동안 노동계에서 우려했던 대로 성과연봉제를 통한 권력에 줄 세우기와 찍어 내기 시도가 마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저성과자 퇴출제를 철회하지 않으면 현명관 마사회 회장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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