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철도노조 파업 50일째인 1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수학능력시험과 국민안전을 이유로 노조 조합원들에게 복귀를 종용했다. ‘선 복귀 후 협상’을 내세웠지만 최근 진행된 철도 노사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코레일이 노조간부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나온 담화는 사실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부는 “노조가 성과연봉제 반대를 포기하지 않아서”라며 파업 장기화 책임을 노조에 떠넘겼다. 국회의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통한 해결 제안을 '노사 자율교섭'을 강조하며 거절했던 홍순만 사장의 논리와 같다.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버리고 사측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철도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야당과 시민사회 모두가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국민도 동의하지만 정부만이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의 불통과 오만을 지적했다.

최후통첩 후 노조간부 징계 시작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이 담화문을 읽었고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배석했다.

강 장관은 성과연봉제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담화문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성과연봉제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제도를 4급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고 퇴출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안전사건 건수 등이 평가요소에 반영돼 오히려 철도의 안전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국민적 관심사인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고 △파업이 길어지면서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 조합원들의 복귀를 압박했다. 철도 직원은 평균임금이 6천700만원이라고 밝히면서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다.

강 장관은 또 “철도노조가 명분 없는 불법파업을 지속한다면 정부로서도 외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코레일은 지난 14일부터 김영훈 위원장을 포함한 노조간부·조합원 226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허위사실과 억지주장을 일삼으면서 국민을 위하는 척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쟁의조정을 거친 철도노조 합법파업을 불법으로 내몰아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노사협상에서는 ‘기획재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을 이유로 결렬을 선언하고도 노조 책임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된다면 지나친 성과경쟁으로 철도안전을 위협하고 공공성 파괴가 우려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노조는 전동차 운행을 위한 필수유지업무에는 인력을 남겨 놓고 파업하고 있어 수능에 따른 교통대란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농단 논란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가 철도노조의 정당한 파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능이 그렇게 걱정된다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는 중·고등학생들의 요구부터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중재 거부한 정부 “성과연봉제는 도입하라” 강제

코레일과 정부는 국회가 제안한 노사 중재, 사회적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철도노조는 정부와 새누리당에 성과연봉제 논의를 위한 철도 노사와 국회·정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홍순만 사장은 최근 “노사문제는 노사가 풀어야 한다. 왜 정치권이 개입하려고 하느냐”고 거부했다. 이기권 장관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사문제는 개별기업이 알아서 하는 게 옳다”며 같은 취지로 답했다.

강호인 장관은 특히 이날 담화에서 “현업 복귀 후 노사 간 협상과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선 복귀 후 협상’이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국민의 생명이 위험하든 말든, 국민이 불편하든 말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만큼은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국민 의사에 반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전횡을 결코 두고 보지 않겠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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