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교 변호사(전교조 상근변호사)

검찰은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로 많이 기소한다.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일방교통방해죄로 집회 참가자를 처벌하는 문제는 이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른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궁금했다. 어떻게 피고인을 특정하는 걸까. 호기심이 생긴 계기는 담당하게 된 사건 때문이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하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약식명령문이 그 사람 앞으로 날아들었다. 경찰은 어떻게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까. 피고가 된 그 사람은 민중총궐기에서 체포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떻게? 어떻게! 수사기관에서는 최첨단 안면인식 시스템이라도 쓰는 걸까. 채증 사진에 나온 얼굴을 디지털 방법으로 분석해서 주민등록증에 있는 사진과 비교·분석을 하나? 아니면 마이클 저커버그(페이스북 창립자)가 마침 애국보수세력이라서 대한민국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해 준 걸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당이라도 찾아 원인을 묻고 싶은 심정이다.

뭔가 있지 싶었다. 그래서 증거능력을 다투기로 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삼았다.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수색해 현장에서 채증된 사진과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는 수색영장에 의해 수색을 해야 한다. 영장주의에 위반해 수집된 피고인의 페이스북 계정 내 사진은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대법원 판례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해서 획득한 2차적 증거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인을 특정해 수집할 수 있었던 2차적 증거도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 이렇게 변론했다.

검사는 위법수집증거가 아니라며 정보과 형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드디어 증인신문 당일. 내심 기대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최첨단 수사기법을 알 수 있겠구나. 그런데 참나. 집회에 참석한 피고인과 증인으로 나온 정보과 형사는 그냥 페이스북 친구였다. 첨단이고 뭐고, 그냥 페이스북 친구였던 것이다. 이 부분이 으스스하다. 정보과 형사는 피고인이 속한 지역에 있는 전교조 조합원들 다수에게 무작위로 친구 신청을 했고, 순진하게 그걸 받아 준 조합원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수시로 감시했다. 그러다가 집회에 참가한 사진이 발견되면 해당 교사를 수사했던 것이다. 그 형사는 우리 피고인과 무려 3년 전부터 페이스북 친구였다. 형사 친구 중에는 전교조 지역지부장도 있었다. 피고인의 말에 따르면 정보과 형사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각종 진보언론의 기사들로 도배가 돼 있었다. 그래서 같은 편(?)인 줄 알고 순진하게 생각하고서는 별 의심 없이 친구 신청을 받아 줬다.

심문 당일 수사 목적을 가지고 친구 신청을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정보과 형사는 “그냥 같은 동향 사람이기에 친구 신청을 했다”고 대답했다.

무섭지 않은가. 나는 무서웠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사유 및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대한민국 경찰은 헌법과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 범죄수사규칙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수사기관은 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관계 법령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접근하고 이를 통해 피고인을 특정하는 등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백하게 위법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본인은 해당 사건을 두고 검찰과 끝까지 다퉈 볼 생각이다.

집회가 많이 개최되는 요즘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잘 모르는 사람의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아 주지 마시라. 기왕에 맺었던 친구들도 이상한 사람이라 판단되면 정리하는 게 좋겠다. 이것이 개인 생활을 사찰당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