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노조 파업 사태에 손을 놓고 있자 야 3당이 철도노조(위원장 김영훈)에 "전향적 결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파업 원인이 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국정이 정상화하면 국회 차원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룰 테니, 노조가 일단 파업을 접고 현장에 복귀해 달라는 주문이다. 21일로 파업 56일차를 맞은 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우상호·박지원·노회찬 원내대표 명의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현 정부가 자기 역할을 방기하고 있고,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는 사용자의 무책임한 행태를 감안해 철도파업 해결과 국민안전을 확보하자"는 취지의 공동제안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철도파업 장기화와 노사합의 실패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와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전제한 뒤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국정이 정상화될 때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국회 차원에서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순만 코레일 사장 등 정부와 공공기관 책임자들의 단체협약 및 노사합의 사항에 대한 위반행위와 관련 지침, 부당노동행위와 안전사고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철도파업의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적 과제로 간주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철도노조의 전향적인 결정을 감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야 3당 제안에 노조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영훈 위원장은 "내부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성과연봉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노조로서도 파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체인력 피로도가 심각한 데다, 안전사고 우려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국회가 성과연봉제 도입시기를 유예하고 국회에서 협의하자는 중재안을 냈을 때 노조가 수용의사를 밝힌 이유다. 하지만 사상 최장기 파업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코레일이나 새누리당의 합의서나 보증서 한 장 없이 현장복귀를 결정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야 3당이 당 전체 입장에서 공신력을 가지고 제안한 것이기 때문에 내부논의를 심도 있게 할 것"이라면서도 "조합원들이 50일 넘게 싸웠는데 합의서나 어떤 결과물 없이 복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한 철도노조 대변인은 "22일 오후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연다"며 "(복귀 여부) 결정은 위원장에게 위임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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