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검찰총장 불출석 문제로 한때 파행을 빚었다. 김성태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정기훈 기자

즉각 퇴진을 거부하고 공을 국회로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한 수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 주류 의원들이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카드를 주장하고, 일부 비주류 의원들이 동요하면서 2일 발의될 예정인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야 3당 “2일 탄핵소추안 표결 그대로 추진”
새누리당 비주류 동참 불확실해 연기 가능성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에게 '조건 없는 조속한 하야'를 재차 촉구했다.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에는 응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야 3당은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던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탄핵전선을 흩뜨리려는 술수'로 규정했다. 이들은 기존 합의대로 2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표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변수는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다. 황영철 의원에 따르면 비주류 의원들은 이날 비상시국위원회를 열고 "박 대통령 스스로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새누리당 주류측이 주장하는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세웠다. 8일까지 퇴진과 관련한 여야 협상을 지켜본 뒤 불발될 경우 9일께 탄핵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의 동참 없이 탄핵안 가결이 불가능한 야권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 표결은) 2일이 될 수 있고 9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분으로 몸살 앓던 새누리당 지도부
“개헌 협상 하자” 반격?


당 내분으로 몸살을 앓던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통령 담화를 계기로 여야 협상을 촉구하며 공세로 전환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안정적 정권이양 방안에 대해 국회가 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담화) 속뜻이 꼼수건 아니건 국회가 대통령 사임시기를 결정하면 된다"며 "내년 6월 대선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대통령 퇴임시기는 내년 4월 말 이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담화가 개헌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주장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같은 방법은 탄핵 아니면 개헌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헌은 국민투표까지 해야 해서 오래 걸린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야당이 대통령 담화를 '꼼수'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나라를 바닥으로 추락시켜 놓고서도 오직 탄핵을 막기 위한 꼼수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며 "자신들로 인해 국정이 무너지고 국민이 도탄에 빠졌는데 국정에 대한 책임감이나 일말의 죄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시작부터 파행, 험로 예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도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법무부·대검찰청·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의 기관보고를 받은 국정조사특위는 김수남 검찰총장 불출석을 놓고 파행을 겪은 끝에 재개됐다.

법무부는 기관보고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최순실씨 사업에 이권을 챙겨 주기 위해 비공개 정부 문건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윤선 문광부 장관은 "최씨가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서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재단 돈이 쓰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정조사특위는 5일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기획재정부·교육부를 상대로 2차 기관보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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