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현행법상 무자격자인 도급기사에게 수년 동안 설치·개통업무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의 상품인 IPTV·인터넷을 설치하려면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도급기사들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뒤 공사를 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설치·개통업무를 하는 기사는 협력업체에 고용된 기사와 개인사업자인 도급기사로 나뉜다. 올해 9월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도급기사인 김아무개씨가 악천후에 전신주에서 작업하다 감전돼 추락사했다. 도급기사의 안전 문제에 이어 도급기사 사용의 위법성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추 의원과 노조는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도급기사 활용을 중단하고 도급기사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급기사 1억5천만원 자본금·자격증 필요, 현실은?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설비를 설치하거나 유지하는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1억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과 사무실을 보유해야 한다. 3명당 1명은 중급 기술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가 사용한 도급기사들은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무자격자에 해당한다. 도급기사들은 협력업체의 설치·수리 요청을 받아 혼자 작업하는 개인사업자다. 자격이 없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할 수가 없다. 정보통신설비 설치·보수공사의 특성상 고소작업이 필요한 데다, 감전 우려가 있어 자격요건을 갖추도록 한 것이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은 경미한 공사의 경우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도급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추 의원이 통신업체 도급기사 작업에 대해 묻자 미래창조과학부는 “5회선 이하의 구내통신선로 공사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된다”고 답변했다. 다시 말해 전신주나 건물 외부로부터 케이블을 가입자 단자함까지 연결하고 보수하는 작업은 경미한 공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보통신공사업법이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부 허술한 근로감독이 낳은 ‘도급기사’

도급기사는 원청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협력업체가 설치기사와의 고용관계를 피하기 위해 만든 꼼수로 보인다. 노동부는 2014년 4월 이들 업체에 희망연대노조 지부가 설립되자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같은해 9월 노동부는 “대다수 사업장이 기초고용질서를 지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종사자의 근로자성과 도급 성격이 혼재된 사업장에 대해 성격을 명확히 하도록 관리개선을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설치·수리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았다. 노동부가 시정요구를 하면서 이들 업체들이 뒤늦게 개인사업자 등록을 한 ‘도급기사’를 사용한 셈이다. 지난해 3월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연합회는 ‘센터 운영 개선토의(안) 문건’을 통해“단기성 도급은 업체 하도급 형태가 유리해 현실적으로 업체 확보가 곤란하다”며 “개별도급 방식을 채택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산재 보상 등 노동관계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도급계약을 한다는 내용도 문건에 담겨 있다.

원청들 "위법성 여부 확인하겠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 업체에 설립된 지부와 협력업체는 단체협약을 체결됐다. 단협에 따라 채용된 수리기사는 기본급과 실적급을 받게 됐다. 그럼에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기사는 꾸준히 늘어났다. SK브로드밴드는 34.9%(976명), LG유플러스는 48%(670명)나 된다. 협력업체가 도급기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노조를 탄압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추혜선 의원은 “업체는 전문성이 필요한 위험한 작업을 도급기사들에게 맡겼다”며 “미래부는 업체의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국선인입선로 공사 중 외부에서 자택으로 케이블을 연결하는 공사는 경미한 공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래부에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정보통신공사와 인터넷 설치·수리에 대해 협력회사를 분리해 계약하고 있으며, 인터넷 설치·수리는 협력회사인 홈종합대리점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며 "미래부 답변 내용과 정보통신공사업법상 위법성 주장을 참고해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면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신희철 노조 조직국장은 “2014년 근로감독도 일부 업체를 대상으로 해서 매우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노동부가 제대로 근로감독만 했어도 도급기사 사용을 근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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