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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태만이 만든 SKB·LGU+ '고용질서 아수라장'

기사승인 2016.12.1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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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미래부·지자체 ‘수건 돌리기’에 불법 도급기사 급증

   
▲ 지난 9월 사망사고가 발생한 SK브로드밴드 의정부홈고객센터 관계자가 도급기사들에게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도급기사의 설치·수리업무와 관련한 불법 논란이 거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추혜선 정의당 의원 질의에 "도급기사 업무가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일 수 있다"는 취지의 법령 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법령 해석에 따르면 도급기사 업무 중 전신주나 건물 외부에서 가입자 자택까지 케이블을 연결하는 국선인입선로공사는 개인사업자인 도급기사가 할 수 없다. 그런데 도급기사 업무 중 상당 부분이 국선인입선로공사에 해당한다. 통신·케이블 설치업무는 도급을 주기 힘들다는 얘기다.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이번 사태는 고용노동부·미래부·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빚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추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82곳)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33곳) 소속 도급기사는 각각 976명(34.9%)과 670명(48.0%)이다. 건당수수료를 받는 도급기사는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는 특수고용직 신분이다. 도급기사들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 변종 근로형태인 도급기사들을 원청인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협력업체가 버젓이 사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관계부처의 묵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노동부·미래부·서울시는 도급기사와 관련한 질문에 “현실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노동부 통신업계 기획근로감독 '풍선효과' 불러

   
희망연대노조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급기사 사용이 어떻게 업계 관행이 될 수 있었을까.

2013년부터 티브로드·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통신·케이블업체 협력업체에 희망연대노조 소속 지부가 잇따라 설립됐다. 이들 노조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투쟁에 나서면서 근로자성 논란이 확산됐다.

노동부는 2014년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 27곳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했다. 개통업무 전체를 외주화한 2곳을 제외한 25곳 가운데 19곳에서 일하는 설치기사 332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당시 노동부는 “근로자성과 도급 성격이 혼재된 사업장에 대해 성격을 명확히 하도록 관리개선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협력업체에는 기본급·실적급을 받는 기사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건당수수료를 받는 도급기사들이 혼재해 근무했다. 16개 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한마디로 고용질서가 엉망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부의 근로감독은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도급기사를 사용할 경우 불법요건을 피하라는 것이다. 협력업체는 도급기사에게 사업자등록을 하도록 시키고, 고정급을 주지 않으면서,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불법성 논란을 피했다.

노동부는 이후 근로감독을 하지 않았다. 신희철 노조 조직국장은 “2014년 근로감독도 일부 업체만 대상으로 한 데다, 임금체불·퇴직금 등 기초적인 수준을 점검하는 부실한 근로감독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더 이상 근로감독을 하지 않으니까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도급기사를 선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법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도급기사들이 센터장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장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도급기사들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압박한다. 추 의원과 <매일노동뉴스>가 정보통신공사업상 도급기사의 불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가열된 배경이다.
 

   
 

노동부·미래부·지자체 방치로 급증한 도급기사

노동부는 도급기사를 규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노동부 보호대상이지만 도급기사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민법의 보호를 받는다”며 “도급기사를 늘리는 문제는 사업자들이 판단할 문제인데, 노동부가 도급기사를 만들지 말라고 근로감독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근로자가 사업자처럼 일하고 있어 근기법 보호를 못 받는다면 노동부가 엄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부와 지자체도 노동부와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설비를 설치하거나 유지하는 사업을 운영하려면 1억5천만원 이상의 자본금과 사무실이 필요하다. 3명당 1명은 중급 기술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데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협력업체가 사용한 도급기사들은 개인사업자에 해당해 관련법상 무자격자들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래부는 제도의 운영만 할 뿐 관리·감독은 지자체가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티브로드와 씨앤앰의 협력업체가 무자격자"라고 지적했을 때 미래부는 "자격을 갖춘 협력업체가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당시에도 티브로드와 씨앤앰은 최근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처럼 “경미한 공사는 미등록업체가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가 시정조치를 받았다.

지자체는 무자격자인 도급기사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공사를 하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서울시 담당부서는 기자가 전화로 문의하자 그제야 관련 기사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정보기획관 정보통신보안담당관 공사업PC관리팀은 관련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부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협력업체)와 도급기사가 계약을 맺고 하는 문제여서 서울시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일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고하지 않는 이상 법 위반 사실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 부서가 2천개가 넘는 업체를 감독하는데 이들 업체조차 인력이 없어 관리를 못하는 실정”이라며 “미래부에서 아직 불법 판정을 내리지 않은 만큼 의혹만 갖고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이와 관련해 "협력업체가 실적압박을 하면서 사실상 업무지시를 하는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노동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조속히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급기사 퇴직금·산재·추가근무수당 적용 못 받아

노동부·미래부·서울시의 방치하에 협력업체들이 도급기사 사용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 산하 지부들에 따르면 협력업체 센터장은 기사를 채용할 때 도급기사 형태를 은근하게 권한다. 센터에 채용되는 것보다 도급기사가 소득이 높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원청에서 오는 수수료의 70% 이상을 챙겨 주겠다는 식으로 도급기사를 권한다”고 귀띔했다.

센터장들이 도급기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도급기사들은 노동관련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지부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협력업체와 체결한 단체협약 적용에서도 배제된다.

센터장은 원청의 설치·수리요청을 도급기사에게 중개하면 된다. 그리고 원청에서 받은 수수료를 일부 뗀 뒤 도급기사에게 지급한다. 예컨대 아파트 광랜을 설치할 때 SK브로드밴드는 협력업체에 3만6천700원을 준다. 협력업체는 1만860원을 챙긴 뒤 도급기사에게 2만5천340원을 지급한다.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도급기사와 계약만 맺어도 센터장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면 센터가 기사를 채용할 경우는 다르다. 센터장은 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지켜야 하고, 매달 140만원의 기본급을 줘야 한다. 이해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장은 “도급기사는 밤이든 주말이든 비가 오든 편하게 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 센터장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일을 시키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아무 때나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의 말은 지난해 3월 LG유플러스서비스센터연합회가 작성한 '센터 운영 개선토의(안)'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급기사 사용의 장점을 설명한 해당 문건에는 “산재 사고시 근본적으로 개인책임이지만 도의적 측면의 부담과 함께 합의가 안 되면 산재 전문 브로커 개입으로 산재 (사고) 처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도급기사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라는 주문이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설치업무 도급기사가 230여명에서 최근 31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우려했다.

도급기사 대 센터 소속 기사 '무한경쟁'

이들 지부에 따르면 도급기사 소득이 센터 기사들과 비교해 100만원가량 높다. 센터 기사들은 200만원 안팎의 임금을 받지만 도급기사들은 300만원가량을 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조합원 임금을 조사한 결과 62%가 월소득 200만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어디까지나 건당수수료를 받는 도급기사들이 일감을 많이 받았을 때 얘기다.

SK 도급기사가 300만원의 수입을 올리려면 173건의 IPTV를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IPTV 설치 1건당 수수료는 1만7천290원이다. 070 전화(수수료 6천300원)를 설치할 경우 476건을 해야 300만원을 벌 수 있다.

반면 센터 기사들은 기본급과 실적급을 받는다. SK브로드밴드 센터 기사들은 기본급 130만원을 받고, 110포인트 넘게 달성하면 포인트당 1만2천500원을 받을 수 있다. LG유플러스 센터 기사들은 기본급 140만원에 포인트당 1만2천500원을 받는다. 1포인트에 해당하는 1만2천500원을 받으려면 IPTV(0.7포인트)와 070 전화(0.3포인트) 1건씩 실적을 쌓아야 한다. 도급기사와 센터 기사 모두 2인 가구 적정생활비인 269만원 이상을 벌려면 실적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실적 경쟁에 내몰리다 보니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받기 힘들다. 올해 9월 사망한 SK브로드밴드 의정부홈고객센터 김아무개씨는 비 오는 날 무리하게 작업을 하다 감전돼 추락사했다. 김씨는 도급기사였다. 정보통신공사업법상 불법인 전신주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카카오톡 채팅방에 따르면 센터 관리자는 사고 당일 “장애점수에서 보이는 것처럼 방심할 여유 없다. 99점대가 (전국 센터 등수) 22위다”며 “본인 물량을 체크하고 빨리 처리해서 원망듣지 않게 하라”고 다그쳤다. 지부 조합원들은 폭우·폭설로 옥상 난간 작업이 곤란할 경우 작업을 연기하거나 중지할 수 있다. 하지만 도급기사는 단체협약 적용을 받지 못한다.

추혜선 의원은 "인터넷·TV 설치기사들은 우리 동네 노동자들"이라며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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