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불평등은 심화하고 노동기본권은 후퇴하면서 노사관계 또한 최악으로 치달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제도 개선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고 노동 3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지키고 확장할 수 있도록 ‘노조 할 권리’ 보장에 초점을 둬야 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국회 민생경제와 사회적합의 포럼·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참여연대·<매일노동뉴스>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이명박근혜 정부 10년 노동정책 평가와 향후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하면서 “최근 잠룡들이 잇따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지만 노동정책은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대권 주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개선 과제를 제시하고 정책 검증 잣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김대중에서 박근혜까지, 불평등 계속 심화

첫 발제에 나선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노동지표 분석을 통해 지난 10년간 임금·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악화했음을 증명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때부터 임금인상률이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 없는 성장’이 지속됐다.

다만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는 경제성장률이 각각 5.3%와 4.5%로 노동자 실질임금 인상률(10인 이상 상용직 기준)도 3.5%와 3.7%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성장률이 3.2%와 2.9%로 낮았고 실질임금인상률은 0.2%와 2.2%로 더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노동소득분배율은 김대중 정부 때 평균 93.3%로 매우 높았고 노무현 정부 때도 91%였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 86%로 떨어진 후 현 정부 들어서는 85.2%까지 내려앉았다.

사회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김대중 정부 0.329에서 노무현 정부 0.339, 이명박 정부 0.347, 박근혜 정부 0.341로 악화하는 추세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때 불평등이 가장 심각했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조금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처럼 일부 사회보장 정책이 작동했기 때문”이라며 “가구 시장소득(임금)보다 가처분소득(전체 소득) 불평등 정도가 덜 심각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개악으로 잃어버린 10년 펼쳐져"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광우병 촛불운동과 대통령 퇴진 촛불운동으로 알 수 있듯이 정권의 부패·농단·불통·무능으로 인한 민생파탄으로 국민적 공분이 큰 시기였다”며 “노사관계에서도 친기업적 국정기조와 이에 따른 노동개혁을 추진하면서 ‘노동개악의 잃어버린 10년’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국정기조로 삼아 기업 중심의 노동정책을 펼쳤다. 창조컨설팅을 비롯한 노무전문가들의 노조파괴 컨설팅이 횡행했고 유성기업·KEC·발레오만도 같은 사업장에 용역경비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들면서 폭력을 휘두르던 시기였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문제를 둘러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재벌대기업 청탁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노정·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파업손실일수는 203만5천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병훈 교수는 “두 정부는 친기업 국정기조에 따라 노조를 순치 또는 탄압 대상으로 통제하려는 노사관계 정책을 일관되게 펼쳤다”며 “이로 인해 노조 교섭력이 약해지고 노동소득분배가 악화했지만 정부는 노조 기득권 탓만 하면서 노사·노정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분출된 촛불민심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노동 존엄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사회개혁 주체세력이 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노동존중 이념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사회적 합의, 모두 파행으로 끝나

토론자로 참석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역전불가 양상으로 굳어져 온 불평등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며 “지난 10년간 늘어난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노동센터가 추산한 비정규직 규모는 2015년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 1천931만1천명의 44.7%인 862만5천명(통계청 기준 627만7천명)이다.

그는 비정규직 규모 줄이기와 함께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비정규직 노조 조직화 △원청 사용주의 사용자성 인정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혹은 고용보장을 과제로 제시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친기업을 표명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노동정책에서도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노사자율을 해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두 정부는 노동기본권 보장 대신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완화에 치중하면서 이를 노동개혁이라는 수사로 표현했을 뿐”이라며 “특히 노동 분야 규제개선 대상을 선정하면서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론화보다는 사용자 민원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정부가 규제개혁 전도사·해결사를 자처해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어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포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네 차례 사회적 합의 혹은 선언이 있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거나 파행으로 끝을 맺었다”며 “정부 독주가 불러온 불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 "노조 결성 보장해야"

양대 노총은 노동기본권 강화와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요구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경제적 양극화에 유사파시즘·극우 포퓰리즘·극단적 신자유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10년간 이어지면서 불안·불신·불통·분노가 싹텄고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만 줘도 스스로를 지키면서 사회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적 대화와 함께 노동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재벌독식 불평등 사회를 끝낸, 노동이 존중받는 평등사회여야 한다”며 “노동기본권·생존권과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관련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과제로 △성과연봉제·양대 지침·단협 시정명령 추진 중단 결의안 채택 △최저임금법 개정 △위험의 외주화 금지법 입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자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보장(근로기준법 개정)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동법적 측면에서 본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과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김진 변호사와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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