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도시가스 강북5센터 안전매니저로 일하는 송현미(54·가명)씨는 지난해 8월 계단에서 넘어져 오른쪽 다리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다. 3주간 다리에 깁스를 해야 했다. 센터에 얘기하니 산업재해 적용은커녕 "병원비는 줄 테니 (송씨의) 담당구역 3천400세대를 주변 동료들에게 부탁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송씨는 “동료들도 다들 담당구역이 있는데 어떻게 내 구역 전체를 부탁할 수 있겠냐”며 “결국 깁스한 다리로 절뚝거리며 검침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센터로부터 식대를 부당하게 떼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3년째 검침업무를 하고 있는데 임금은 늘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밖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검침원들의 밥값까지 떼어먹는 것을 알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서울시, 지급수수료만 산정하면 '장땡'?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도시가스분회는 25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가스 고객센터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폭로했다. 서울시 도시가스 공급업체는 서울도시가스를 포함해 다섯 곳이다. 이들 업체는 71개 고객센터에 업무를 위탁한다. 검침원이라 불리는 안전매니저는 고객센터에 고용된다. 이들의 업무는 검침·고지서 전달·안전점검으로 나뉜다. 1인당 평균 3천400여 세대를 담당한다.

강북5센터 안전매니저 33명 가운데 20여명이 지난해 7월 노조를 결성했다. 같은해 8월부터 이달 초까지 11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요구안을 거부해 결렬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지난 23일 조정도 만료됐다.

분회는 “서울시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지급수수료 사용처를 제대로 관리·감독하라”며 “안전매니저들의 생활임금과 노동조건을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서울시에 관리·감독을 요구하는 이유는 도시가스 요금과 고객센터 노동자 임금을 책정하는 주체가 서울시이기 때문이다.

지부 관계자는 “센터의 임금 착복이 수년째 벌어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지급수수료 설계만 할 뿐 실제 지급 내역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공공요금이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서울시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명절선물 제공하고 급여에서 공제하기도

서울시에서 책정한 검침원들의 임금과 실제 지급액 사이에 격차가 있다. 최근 3년간 매달 월급에서 15만~25만원이 적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에서 책정해 수수료로 센터에 지급한 검침원들의 교통비·연차수당·연장근로수당은 아예 지급되지 않았고 12만원으로 산정된 식대는 2014년과 2015년은 5만원, 지난해에는 6만원만 지급했다. 그런데 고객센터 내 다른 직종인 사무행정직과 민원기사에게는 12만원을 그대로 지급했다. 검침원들의 식대만 줄여 차등지급한 것이다. 지부는 “검침원의 식대도 설계된 대로 12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센터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도 제기됐다. 지부는 “센터는 지속적으로 명절선물과 근로자의 날 선물을 제공하고 이를 임금에서 공제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은 물론 탈세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한 직원의 지난해 1월 급여 명세표를 확인해 보니 기타수당(명절선물)으로 4만3천470원을 지급한 것으로 표기하고 선지급액으로 다시 이 돈을 공제했다. 근로기준법 제43조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만 지급할 수 있다. 선물(현물)로 지급한 후 이를 임금에서 공제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지부는 서울시가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는 “시에서 만든 임금체계를 업체가 편법으로 이용하고 있고 부정부패가 일어나고 있다면 자치단체장의 책임이 크다”며 “수수료를 결정했으면 집행·관리감독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위반 같은 부분은 서울시 권한 밖의 일”이라며 “센터 관리·감독은 매년 하고 있고 임금 지급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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