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설립하려는 노동자에게 거액을 주고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내 최대 방역소독기업 ㈜세스코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도마에 올랐다. "하루 13시간 동안 일했다"는 퇴직자 증언이 나왔다. 2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급여명세서에 따르면 연장근로수당이 기본급의 30%에 육박했다. 듣도 보도 못한 '영업비밀보호수당' 항목을 빼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정도로 저임금을 받고 있다.

노조가 폭로 기자회견을 연 뒤 회사가 반노조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회사 내부게시판에 “노조가 외부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5년간 세스코에서 일했다는 A씨. A씨는 업무량이 많은 날에는 하루 13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그는 “밤 9시까지 근무하면 저녁 밥값 6천원을 청구할 수 있다”며 “야근은 많지만 책정된 시간외수당 외에 야근수당은 따로 없었다”고 주장했다. 세스코는 연간 400시간을 시간외근무로 계산한 뒤 12개월로 나눠 금액을 책정했다. 일종의 포괄임금이다. A씨는 “하루에 13시간씩 일해도 임금은 제자리였고, 5년차 임금과 1년차 임금이 거의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방역업무를 하는 B씨의 2017년 1월 월급명세서를 입수해 확인해 보니, 그는 기본급 126만9천200원을 포함해 월 187만8천250원을 받았다. 기본급에 영업비밀보호수당 8만3천340원, 식대 10만원을 받았다. 시간외수당은 34만7천490원으로 고정됐다. 세스코는 최저임금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세스코노조설립추진위원회는 세스코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항목 중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기본급만 해당되기 때문에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기본급 126만9천200원을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으로 계산할 때 시급 6천72원이다. 2017년 최저임금은 6천470원이다.

회사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중도 입·퇴사자에게도 일할 계산해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스코 관계자는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지급근거가 있고 미리 정해진 지급조건과 지급률에 따라 소정근로에 대해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을 산입범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영업비밀보호수당은 고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기술·직무에 대한 수당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설립추진위는 영업비밀보호수당은 최저임금 산입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스코 근로계약서(SC_정규직)’에 따르면 라이센스영업비밀보호수당은 지급동의서에 서명한 자에게 12개월 분할해 지급한다. 주훈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영업비밀보호수당은 지급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근로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임금체계”라며 “당연히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혜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동자가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지급한 금원을 최저임금 산입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세스코의 경우 기본급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내부게시판에 노조 비판 글=회사측은 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드러내고 있다. A씨는 퇴사 전 회사 내부게시판에 “노조가 존재하는지”를 물었다가 봉변을 당했다. 그는 “해당 글을 올린 뒤 지사장이 본사에 불려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회사는 노조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20일 노조설립추진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노조 설립 방해 행위를 폭로한 뒤 회사는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설립추진위의 허위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스코 관계자는 A씨의 주장과 관련해 “노조 관련 문의를 했다고 해서 지사장을 본사에 부른 적은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내부게시판에는 노조 설립을 비판하는 글도 올랐다. 지사 관리팀장 C씨는 “외부세력을 등에 업고 국민적 여론을 이용해 회사를 짓밟아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며 “저들이 얼마나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했든 저는 (노조)조직에 가담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설립추진위는 “회사가 직원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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