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종노조연대 소속 조선소 노동자들이 23일 오후 금융위원회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던 중 조선산업을 망친 주범을 감옥에 넣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형조선소가 희망퇴직·회사 분사를 추진하고, 중소형조선소가 작업량을 소진해 가면서 조선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청 정규직부터 하청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고용위기감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노동계가 정부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대책회의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은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정부는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산업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 3사 지난해 6천여명 정리해고, 올해 4천명 추가 예상
사내하청 비정규직 2만4천명 저항도 못한 채 잘려 나가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에서 정리해고 등으로 회사를 떠난 노동자는 6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사무직들이다.

올해도 대우조선해양이 2천여명, 삼성중공업이 1천800여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사를 완료할 경우 신설되는 자회사로 유출되는 인력만 5천여명에 달한다.

정규직 생산직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고용위기에 저항하는 사이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은 속절없이 잘려 나갔다. 지난해에만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비정규직 2만4천여명이 업체폐업과 계약해지로 현장을 떠났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 따르면 빅3로 불리는 대형조선소 3곳에서만 3만명이 넘는 하청 비정규직 해고가 점쳐진다.

정부, 중소형조선소 대책 '전무'
작업량 소진 하반기 고용위기 밀려올 듯


중소형조선소는 소리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신아SB·21세기조선 등은 경영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성동조선해양·SPP조선·대한조선은 상반기까지만 작업물량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대형조선소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내용으로 도배돼 있다. 중소형조선소들은 스스로 회생방안을 찾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히려 감사원·금융위원회가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까다롭게 설정하면서 선박제조비용마저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업체와의 수주경쟁에서 백전백패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총고용 보장' 노사정 협의체 제안

조선업 구조조정 위기가 원·하청 노동자 양측을 모두 강타하면서 노동계의 공동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김종태 대우조선해양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권 낙하산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켰는데 그 책임이 경영진 대신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직영 노동자들은 그나마 노조라도 있어 버티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말 한번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장은 "회사가 저임금으로 부리던 물량팀(하청의 재하청)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해고되면 정책지원도 받지 못한다"며 "중소형조선소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원·하청 노동자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원·하청 총고용 보장과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호황기 때 벌어들인 회사 사내유보금을 고용유지에 사용하도록 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회사에 주는 방식이 아닌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우찬 조선업종노조연대 공동대표(금속노조 부위원장)는 "조선산업이 망하면 철강산업이 망하고, 철강 이후에는 한국 제조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조선업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중소형조선소 지원과 노동자 총고용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우조선해양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등 조선소 원·하청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산업은행 앞에서 구조조정 중단과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 3사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내수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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