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은 기자
 

지난해 9월13일 새벽 경북 김천 KTX 상행선에서 선로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2명은 부상을 당했다. 선로를 보수하던 이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지진으로 열차가 연착했지만 그 시간 노동자들은 코레일에서 연착 사실을 통보받지 못하고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전형적 인재로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선로 사상사고 9건 중 7건이 외주업체

사고 뒤에도 코레일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23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9일 코레일이 안산선과 수인선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탁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는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던 때였다. 더군다나 코레일이 업무를 하청 준 업체는 임금을 상습 체불한 악덕기업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코레일이 제출한 자료에 담겨 있었다.

선로 유지·보수 작업은 안전업무이면서 위험업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선로에서 일어난 사상사고는 모두 9건이다. 이 중 7건이 모두 도급회사에서 벌어졌다.<표 참조>

코레일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9개 사업소의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외주업체에 위탁했다. 도급인력은 193명이다. 여기에 더해 15개 사업소 260여명이 하는 일을 추가로 도급할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철도에서 일어나는 사고 가운데 고속으로 주행하는 열차와 유지·보수 장비가 충돌한 경우가 많다”며 “선로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화는 자칫 탈선과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레일, ‘불량업체’도 못 걸러

코레일이 안산선과 수인선 선로 유지·보수 업무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는 유러너스씨앤아이다. 계약기간은 올해 1월부터 2년간, 금액은 19억2천만원이다. 이 업체는 직원 20명을 고용해 지난달 16일부터 업무에 투입했다. 그런데 업무에 투입한 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이 업체는 이날 현재까지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 작성은커녕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상습적으로 임금체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업체는 평창올림픽지원 기존선 궤도개량공사과정에서 장비비와 직원 임금 1억9천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지난해 1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철도 건설공사 관련 불공정행위 업체’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코레일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불공정 행위를 적발하면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향후 입찰시 감점을 준다”며 “상습 임금체불 기업에 대한 정보 공유는 다른 기관과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유러너스씨앤아이를 근로기준법 위반과 임금체불로 고발할 예정이다. 노조는 “코레일이 외부전문위원을 위촉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선정한 위탁업체의 수준이 이 지경”이라며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어떤 외주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량업체를 선정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탄핵정국의 어수선한 틈을 타 코레일이 대대적인 외주화와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열차 탈선과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선로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현재 안산선 선로 유지·보수 업무 외주화 철회를 촉구하며 상록수역 광장에서 41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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