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9개월째 금속노조 가입을 고대했던 판매연대노조는 이번에 또 가입이 보류되자 상실감을 드러냈다.

금속노조는 2월20일 중앙위원회에서 판매연대노조의 가입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금속노조에 가입돼 있는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가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판매조직은 직영점과 대리점으로 이원화돼 있다. 직영점은 현대차에 소속된 정규직 조합원이고 대리점에 소속된 판매노동자는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직영점 소속은 정규직이고 대리점 소속은 비정규직이다.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이 보류되자 두 조직 간 감정대립이 악화일로다.

여론은 정규직을 비난하는 쪽에 쏠려 있다. 정규직노조가 그들보다 상대적 약자 지위에 있는 판매연대노조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노동운동 내부에서도 정규직노조의 행동에 비판적이다. 산별노조 정신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현재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금속노조나 직영점 그리고 판매연대노조 모두가 장님 코끼리 만지는 모양새다. 이렇게 가다가는 산별노조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겠다는 우려마저 든다. 이번 사태는 두 노조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런 후에 두 노조가 금속노조의 한 지붕 아래에서 동거가 가능한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보다 합리적 결정을 도출할 수 있으리라 본다.

두 노조는 직영점과 대리점 소속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자동차를 판매하는 직업, 즉 영업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영업맨은 판매시장에서 마치 전사와 같다.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소득이 더 발생한다. 직영점과 대리점은 완전한 경쟁관계에 있다. 국내 자동차판매시장에서 수입차 판매비중이 증가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직영점과 대리점의 경쟁환경은 악화했다.

치열한 경쟁은 판매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형태를 낳았다. 시장이 교란되는 원인은 판매이익 분배구조에 있다.

직영점 영업직은 현대차의 정규직 신분으로 고정급이 있고 판매대수에 비례해 판매수당을 받는다. 반면 대리점 영업직의 소득구조는 철저한 성과주의 시스템이다. 고정급 없이 오직 판매수당에 의존한다. 대리점마다 약간의 기본급이 있는 곳도 있지만 직영점과 비교할 수 없는 금액이다.

대리점은 판매가 없으면 소득도 없다. 대리점 영업직이 경쟁우위를 점하려면 가격할인이나 선팅·블랙박스 같은 물품 제공을 직영점보다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적극적 영업이 직영점 고용을 위협하는 사태로 번졌다. 소비자들이 서비스가 좋은 대리점을 선호하면서 직영점 소속 영업직의 판매실적이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의 홈쇼핑 판매까지 가능해지면 직영점 영업직의 판매실적 부진과 고용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정규직노조인 현대차 판매위원회는 ‘정가판매’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정해진 가격대로 차를 팔지 않으면 대리점을 폐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가판매 제도는 판매시장 질서를 규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리점 소속 영업직은 공정한 룰(rule)로 생각하지 않는다. 출발선이 다른 경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영업직의 영업능력을 좌우할 만큼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직영점과 대리점의 갈등은 이처럼 경제적 이해관계 대립구조에서 시작된다. 이런 구조에서 두 노조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래서 판매연대노조의 금속노조 가입 문제는 노조가입 그 이상의 경제적·정치적 조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금속노조·현대차 판매위원회·판매연대노조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조건을 찾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공정한 판매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지금처럼 직영점과 대리점이 경쟁하면 자본의 이익만 강화할 뿐이다. 자본의 약한 고리가 어디인가를 보라. 금속노조가 개입해 불공정한 판매구조를 바로잡아 나가자. 그 자체만으로도 노사관계 주체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노력이 된다.

판매연대노조 가입 문제는 금속노조가 공정한 판매질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다. 영업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맨들은 이미 공정한 판매질서를 원한다. 금속노조가 그런 요구를 담아내는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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