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확정하지 않으면서 진보진영의 대선 대응이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독자후보를 앞세워 완주를 준비하거나, 후보를 내지 않고 자신의 정책요구를 알리는 데 집중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 중이다.

민주노총을 위시한 진보진영이 공동대응을 하지 못하는 사이 공공의 적(?)이 등장했다. 민주노총 전·현직 활동가들이 주축인 사회연대노동포럼이 주인공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현재 포럼은 전국 조직으로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다. 진보진영에서 포럼에 동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임성규(61·사진)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일부 민주노총 인사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997년 대선에서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를 내며 시작한 진보정당운동의 주역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임성규 공동대표의 고민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커피숍에서 이뤄졌다.

- 그간 어떻게 지냈나.

"지난해 6월 말 1980년부터 다니던 서울지하철에서 정년퇴직했다. 해고기간만 22년이다. 노후준비도 못한 상태에서 백수가 됐다.(웃음)"

-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로 선임됐는데.

"이런 조직이 탄생 안 했으면 하는 게 평소 바람이었다. 그런데 사회연대라는 중요한 의제가 특정 정파와 몇몇 사람의 점유물이 되는 것처럼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일반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조직된 소수에 의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잘 만들어진 진보정당이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구슬을 꿸 실도 없을뿐더러, 끈 자체가 갈기갈기 토막 난 상태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포럼에 참여했다."

"지금은 구슬 꿸 실도 없다"

- 포럼의 목표가 야당 지지를 통한 정권교체인가.

"노동계급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을 여전히 갈망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정책대의원대회와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조기 대선 국면이 열렸다. 토론을 통해 진보진영이 행동을 통일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옛 새누리당으로 표현되는 기득권 세력과 더불어민주당 상당 세력까지 심판할 절호의 기회가 생겼는데, 힘을 발휘할 집단이 없다. 죽을 쒀서 개를 주는 상황이 우려된다. 실제 그렇게 전개되고 있다. 급한 상황에서 일단 박근혜부터 쫓아내자는 의미로 포럼에 뛰어들었다. 기본정신과 전략은 노동자 중심 진보정당에 두되, 지금처럼 짧은 시기 전술은 정권교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 포럼 참여인사들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캠프로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사회연대노동포럼의 과제다. 조직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내부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에서 문재인 후보가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캠프로 가려는 사람은 사회연대노동포럼 임원을 할 수 없도록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그래서 2기 공동대표 체제가 출범한 것이다."

- 민주노총에는 포럼 참가자들을 비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조직이 민주노총이다. 하지만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민주노총이 가진 힘을 발현하지 못하는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다. 정치방침도 결정하지 못하지 않았나. 통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과 조금 다르다고 이단자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동안 민주노총과 옛 민주노동당에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 자산을 날려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전술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려는 사람을 비난하고 비판해서야 되겠나. 자기들 중심으로 생각한 탓에 통합이 대의라고 하면서도 통합을 못하지 않았나. 진보정당이 통합한다면, 대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통합현장에 당장 달려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목소리 키워야"

-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비정규직 관련법에 민주노총 관계자 다수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살아왔다. 그들에게 숱하게 뒤통수를 맞았다. 돌이켜 보면 비정규직법 등을 두고 우리는 적들과 협상을 했다. 우리가 순진했던 것이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 조건은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 우리가 떼라도 쓸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 힘도 없다. 다시 힘을 키워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할 것인지를 두고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가만히 있으면 욕먹지 않고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이 길이라고 전술적으로 판단했다."

- 대선 과정과 새 정부에서 포럼의 역할을 규정한다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가정하자. 선거운동 과정에서 포럼의 요구사항을 실천하겠다는 공식협약서를 체결했는데도 집권 후 다른 행동을 한다면 곧바로 적이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더불어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집권하더라도 노동운동과 불가근불가원 관계가 될 것이다. 특정 단체(사회연대노동포럼)가 당 안팎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비판하고 협력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주류가 위기의식을 가질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대비책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방향을 잃지 않고 상대를 견인해 나가는 독자적인 활동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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