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위원장은 회사의 대변인이 아니라 조합원의 대변인이고 조합원을 위해 싸웁니다.”

고 서명식(44·사진) 코엑스노조 위원장이 지난 14일 SNS에 남긴 글이다. 이 글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18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서명식 위원장이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21일 오후 운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서 위원장은 최근 팀장들 명의로 위원장을 비난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회사가 노조 사무실 축소 이전을 강요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서 위원장은 최근 몇 달간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자던 중 수시로 잠에서 깨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며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심리적 고통과 압박을 인내하다 이 사태에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1986년 설립된 코엑스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코엑스는 무역협회의 자산관리사업과 전시·컨벤션 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모회사인 무역협회가 코엑스의 자산관리사업을 분리해 새로 설립하는 자회사 ‘WTC서울’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구조조정 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해 투쟁했지만 구조조정은 강행됐다. 코엑스 전체 직원 130여명 가운데 ‘WTC서울’로 21명이 전적했다. 5명이 명예퇴직했고 6명이 대기발령 후 명예퇴직, 2명이 일반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강제 전적과 퇴직 강요에 항의하며 집회와 선전전을 벌였다.

코엑스는 올해 초부터 노조 사무실 축소 이전을 요구하고, 복리후생 차원에서 지원하던 도서 구매비도 일방적으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최근까지 노조 사무실 퇴거·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냈다. 지난달에는 팀장 14명이 위원장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전체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특정인이 독단적 판단으로 노조를 사유화하고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킴으로써 직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회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듯 보인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코엑스의 잔인한 노조탄압이 서명식 위원장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사측은 고인과 유족에게 사죄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변보경 코엑스 사장은 서 위원장의 임종을 앞두고 병실에 찾아왔다. 가족들이 사과를 요구하자 변 사장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장례일정은 유족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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