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봉쇄한다는 비판을 받고 폐지된 필수공익사업 직권중재제도 대신 2008년 도입된 필수유지업무제도가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는다.

파업으로 사용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부분의 업무가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된 데다, 파업참가자의 50%까지 외부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탓에 "공공의 이익과 쟁의권의 조화"라는 필수유지업무 취지는 빛이 바랬다. 직권중재 못지않게 파업권을 무력화하고 장기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필수유지업무를 없애고, 최소유지업무를 신설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유지업무제도 10년 평가와 대안 토론회-장기파업 조장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필수유지업무, 노동권 침해"=발제자로 나선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같은 법 시행령은 필수공익사업장 사용자측이 파업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업무를 대부분 필수유지업무로 정하고 있고, 노동위원회는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을 거의 100%에 가깝게 정해 파업권 행사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법은 △철도·도시철도 △항공운수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권두섭 변호사는 "필수공익사업 개념을 폐지하고 '공익사업'을 그대로 두되, 공익사업 업무 중 정지·폐지가 국민 생명·신체의 안전·건강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고, 대체가 용이하지 않는 업무를 최소업무로 정해 쟁위행위시에도 이를 유지하도록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 변호사는 공익사업의 범위를 △수도·전기공급사업 △전화사업 △의료사업 △항공관제사업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의 대국민 서비스사업 △교원의 학생들에 대한 교육사업으로 한정했다. 파업을 할 때 버스·자가용 같은 다른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는 철도, 다른 병원에서 대체진료가 가능한 일반병상, 그리고 관제업무를 제외한 항공운항은 공익사업 범위에서 제외했다.

그는 공익사업 최소유지업무로 수도·전기공급사업에서는 최소한의 물·전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업무, 전화사업에서는 긴급전화 교환업무를 꼽았다. 병원에서는 응급진료·응급수술·분만·중환자실·인공신장실·암병동 치료업무를, 항공운송사업에서는 관제업무를 최소유지업무로 분류했다.

권 변호사는 파업참가자의 50%까지 외부 대체인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중삼중 제한 조치인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조항을 삭제하고, 최소유지업무는 내부인력 대체로 제한해야 한다"며 "국가 재난상황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 대체인력 투입도 명문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쟁의행위에 손배 청구 금지해야"=토론자로 나선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파업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정부정책·구조조정·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보장할 것과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용자가 노조에 손배·가압류를 청구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 손배·가압류를 청구하는 비상식적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앞으로 노동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국가가 관련 소를 취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충현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필수유지업무제도를 만들면서 치밀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법·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 과장은 "필수유지업무라는 게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용자들까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회적 논의가 진행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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