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런 게 불통·불신·제왕적 태도와 뭐가 다르냐. 한국노총 정책질의서에 응답하지 않은 게 (문재인) 후보의 뜻인지, 캠프의 뜻인지, 정책팀의 뜻인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정광호 한국노총 대선기획단 부단장)

다음달 한국노총 대선 지지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이자 한국노총 내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캠프가 제대로 헛발질을 했다.

문재인 캠프는 한국노총이 사전에 각 정당 대선후보와 예비후보들에게 발송한 정책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게다가 30일 오후 한국노총과 매일노동뉴스·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노동정책토론회에 노동공약을 설명하러 나온 홍종학 캠프 정책본부장은 부실한 답변 태도로 구설에 올랐다. 조직적으로 조합원 총투표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문재인 캠프에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 정기훈 기자


◇'숙제 안 한' 문재인 캠프=이날 오후 한국노총과 매일노동뉴스·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대선 예비후보 노동정책을 묻다'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노총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안희정 충남도지사·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예비후보인 안철수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자유한국당에 정책질의서를 보냈다. 한국노총은 각 후보측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바탕으로 노동공약을 검증·평가해 조합원 총투표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는 각 후보 답변서를 공개하고, 정책담당자들이 나와 노동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집중 포화는 문재인 캠프에 쏟아졌다. '숙제'에 해당하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캠프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저희를 악의적으로 매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찬성·반대'로 묻는 설문지를 많이 보내오는데, 찬성·반대식 설문에는 답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선이 끝나고 나서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맺으려 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홍 본부장은 "공약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난 4년간 어떻게 행동해 왔는가. 공약 하나를 해도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재인 예비후보의 의지와 실천, 진정성을 믿어 달라는 얘기다.

그러자 다른 후보 진영에서 이의제기가 잇따랐다. 김용신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한국노총이) 3월27일 오후 5시까지 답변서를 보내 달라고 했고, 14개 질의항목을 평가해 6개 항목에서 부족하면 (조합원 총투표 대상) 후보에서 배제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주최측에 원칙과 룰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다. 최영기 국민의당 국민정책연구원 좋은일자리본부장도 "유력 대선 예비후보의 답변 없이 토론을 하게 돼 모욕을 받은 느낌"이라고 불쾌해했다.

▲ 정기훈 기자


◇조합원 총투표 앞두고 '악재'=한국노총 대선기획단 부단장인 정광호 사무처장은 홍종학 본부장에게 "아직 노동공약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노총에 답변을 줄 수 없다는 뜻인지, 한국노총이 악의적인 뜻을 가지고 찬반을 물었다는 것인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예비후보가 단위노조대표자대회에서 한국노총 공약을 잘 보고 있고, 성실히 답하겠다고 얘기했는데, 질의서에 응답하지 않은 게 후보의 뜻인지, 캠프의 뜻인지, 정책팀의 뜻인지 분명히 밝혀 달라"고 따져 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홍 본부장은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며 "토론회에 나가 공약을 잘 설명하면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내일(31일) 아침까지 발표된 공약에 대해 답변서를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대선정책 검증평가위원회를 개최한다. 한국노총은 문재인 캠프에 검증평가위원회 개최 전까지 답변서를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 내에서는 "공정성 차원에서 문재인 예비후보를 조합원 총투표 대상에서 컷오프해야 한다"거나 "한 번은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잘나가다가 헛발질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정책팀장인 이종훈 전 의원은 "한국노총이 문재인 예비후보측 답변서를 받으면 공정성에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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