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 시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 노동을 가장 잘 아는 문재인과 함께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지난 7일 진통 끝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노동정책선대위원회가 구성됐다. 노동정책선대위는 14일 추가 조정·인선을 통해 노동위원회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이석행 전국노동위원장, 한국노총 의료산업연맹 위원장 출신 이수진 전국노동위원장 3인 상임공동위원장 체제에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이 합류해 상임공동위원장이 4명으로 늘었다.

공동위원장은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김영대 전 열린우리당 의원(전 민주노총 사무총장)·배강욱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백순환 전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위원장이 맡았다. 본부장에는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의장을 지낸 재선의 김경협 의원이 오르면서 새롭게 진영을 정비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이용득 의원은 중앙선대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문성현(65·사진) 상임공동위원장을 만났다.

- 문재인 후보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

“1985년 겨울 처음 구속됐을 때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당시 방위산업체(통일중공업)에서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2년 실형을 살았다. 석방 뒤 노무현 변호사를 찾아갔는데, 그가 옆방에 좋은 친구가 있다며 소개해 준 사람이 문재인 변호사였다. 그 뒤 산별노조를 만들기 위해 영남노동연구소를 열었는데 문 변호사가 참여했다. 노조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그때 같이했다. 현재 정치인 중 산별노조에 대해 가장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이 문재인 후보다.”

“문재인, 정치인 중 산별노조 가장 완벽히 이해”

문 후보와의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1989년 문성현 상임공동위원장이 세 번째 구속되던 때였다. 당시 해고된 뒤 경남노동자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다가 악명 높은 '3자 개입금지'로 잡혀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 갔는데 변론을 문 변호사가 맡았다. 87년 투쟁 이후 민주화운동 최고조기에 다시 만났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문 후보다.”

-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문재인 후보 선대위 시민캠프 공동대표와 미래캠프 일자리혁명위원회 위원을 맡았는데.

“당시 통합진보당 사태가 터졌을 때다. 민주노총도 배타적 지지를 철회했다.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당원증을 반납하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대선이 다가오면서 문재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때 떠오른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그는 10년 전인 2002년 대선 사흘 전 노무현 후보에게 전화를 받았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번에 대통령 되니까 같이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에게는 이미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다’면서 ‘꼭 잘되시길 바란다’고 거절했다. 그러고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태어나서 그렇게 울어 본 것은 처음이었다. 2012년 소속 정당도 없고 민주노총 정치방침도 없으니 문재인을 돕자고 마음먹었다. 당시엔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나를 변론해 줬던 노무현과 문재인에 대한 의리를 지키자는 생각이 컸다.”

진보정당운동을 떠나 문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대중과 유리된 채 정치화한 진보정당운동의 한계를 봤고 개인적인 삶으로서 완벽한 실패라고 규정했다”며 “이것은 나의 선택일 뿐이고 진보정당운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가장 잘 준비된 노동자의 친구

- 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 4년간 무엇을 했나.

“다시 농사를 지었다. 2012년 패배는 아쉬웠다. 나는 문재인이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에는 혼자 돕는 게 아니라 백순환 전 위원장·정용건 전 사무금융연맹 위원장과 같이 움직였다. 당시 문재인 국회의원과 수차례 교감을 나눴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이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문 후보와 같이 노동의제를 사회연대적 관점에서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울산·창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전·현직 노조활동가 1천명이 합류했다. 문 후보는 지난해 12월 포럼 창립대회와 올해 2월 정책대회에 모두 참석해 자신의 노동비전을 쏟아 냈다. 그때 말한 내용이 문 후보의 일자리·노동공약에 담겨 있다.”

- 문 후보가 가장 잘 준비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격변하던 시절에 노동인권 변호사로서 수많은 노동자를 만난 것은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폭넓고 깊고 체계적으로 노동을 이해한다. 어떤 문제를 풀려면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데 문 후보에게는 수많은 노동자 친구가 있다. 즉 노동의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노동의제에 관해 참여하고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문 후보와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 노동부문의 최대 적폐는 무엇이라고 보나.

“노조할 권리가 대단히 약화된 것이다. 지난 9년간 노조는 늘지 않고 탄압만 받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박살내겠다'고 한다. 노동자 10명 중 1명만 노조를 한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문재인 후보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노동자가 헌법 33조의 노동 3권을 완벽히 누려야 하고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여긴다. 정부는 노동자가 노조활동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지불능력이 약한 중소 영세업체를 지원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노조할 권리·최저임금 1만원 의지 보일 것

문성현 상임공동위원장은 두 번째 적폐로 최저임금을 꼽았다. 그는 “일하면서 먹고살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최저임금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말했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제대로 올리는 것은 결국 정부와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다. 그는 “공공부문 해고자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인 만큼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하면 즉각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으니 올해 6월 최저임금 심의에서 특단의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문 후보의 공약 중 내세우고 싶은 것은.

“포인트는 공공일자리다. 공공일자리 81만개와 최저임금 1만원을 비롯한 노동의제를 푸는 노사정 협의기구 또는 사회연대기구를 만들 것이다. 노동자가 시민권을 확보하는 틀이 되지 않겠나.”

- 문 후보의 약점 중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고 비판한다. 이번에는 뭐가 다른가.

“달라진다고 본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당시에는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요구되던 때였다. 지금은 노동이 경제고 경제가 노동인 시대다. 노동자 친구가 많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을 말하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들을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으로 몰아넣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겠나.”

“압도적 지지 바란다”

-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울산·창원 등 노동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가 부산·울산·경남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진보정당운동의 토대인 부산·울산·경남 노동자 벨트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노동현장을 다니다 보면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게 느껴진다. 물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읽힌다. 문 후보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길 바라면서 심 후보도 선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인다.”

- 노동위원회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노동정책은 문 후보가 완벽히 이해하고 있고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우리는 촛불민심을 받아 승리하는 일만 남았다. 노동위원회 차원에서는 노동현장을 조직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이달 11일 부산, 12일 포항, 13일 울산에서 잇따라 양대 노총 조직이 함께하는 노동자위원회가 구성됐다. 노동현장에서 선거체제가 갖춰지고 있다. 이석행 상임공동위원장과 이용득 상임고문 등이 모두 같이 뛰고 있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