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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청 노동자들 “고장 난 더러운 세상, 고치고 청소하자”

기사승인 2017.04.24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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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청소·하청 비정규 노동자 수천명 도심 행진

   
▲ 윤자은 기자

 

“꽃만 피면 봄인가, 우리 권리가 꽃펴야 진짜 봄이다.”

“지긋지긋한 용역인생, 우리 손으로 끝내자.”

청소·하청 비정규 노동자 수천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박근혜가 탄핵·구속돼도 우리 일터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며 “고장 난 더러운 세상을 우리 손으로 고치고 청소하겠다”고 외쳤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서울·인천·경기·충북·대전·대구·부산·울산 등 전국에서 곳곳에서 온 청소노동자들이 모였다.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참가자들은 피켓에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직접고용” 같은 요구를 쓰고 광화문광장까지 걸었다. 빗자루를 탄 청소노동자 조각상이 행렬 선두에 섰다.

“재계약 때마다 불안 시달리는 현실에 분통”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청소노동자들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밤잠을 설치고 낮은 용역비와 중간 착취 때문에 최저임금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저임금 비정규 여성노동자인 청소노동자들의 삶이 바뀌어야 비로소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윤자은 기자

이날 본행사에서 청소노동자의 봄 청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최수연 노조 서경지부 광운대분회장은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면 동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정부나 정치권이 결정하는 대로 받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앞장서 쟁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례 노조 경기지역지부 명지대비정규분회장은 “재계약 시점만 되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현실에 분통이 터진다”며 “생존권을 지키려면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순옥 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장은 “우리를 하찮게 여기는 사회를 청소하자”며 “원청과 용역업체에서 지켜 주지 않는 고용과 인권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찾겠다”고 다짐했다.

대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은 직접 연극을 만들어 공연했다. 대학생들은 청소노동자 역할을, 청소노동자들은 대학생 역할을 맡았다. 대학생과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연대해 최저임금 1만원과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연세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연준씨는 “청소노동자 투쟁은 사회에서 가장 고통받는 99%의 삶을 대변하는 투쟁”이라며 “여성 청년으로서 청소노동자의 일자리 처우개선 투쟁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하청노동자

같은 시각 서울 대학로에서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우리일터 새로고침 대행진’을 했다. 자동차·배·철강을 만드는 제조업 하청노동자와 전자제품을 고치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하청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조할 권리 쟁취”를 내걸고 비정규직 대행진에 나섰다.

   
▲ 윤자은 기자

대학로에서 광화문까지 행진하며 ‘과로와 폭력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은 tvN 드리마 조연출, CU편의점에서 야간알바를 하다 살해당한 알바노동자, 실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저수지에 몸을 던진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을 추모했다.

사장을 사장이라 부르지 못하는 하청노동자를 상징해 드라이버를 든 홍길동 조각상이 대오를 이끌었다.

하청노동자와 청소노동자는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공동문화제를 열었다. 대형 청소빗자루 100개를 손에 쥔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앞장서 광장에 들어서자 청소노동자들이 환호했다.

안형준 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은 “고객과 엔지니어가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세상을 꿈꾼다”며 “우리 일터와 다른 노동자들의 일터를 잘 고쳐서 존중받는 세상을 같이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새로고침 대행진을 소집한 권영국 변호사는 “변하지 않는 삶과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우리 삶과 운명을 지배하는 우리 일터를 이제 노동자와 시민들이 연대해 스스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늘에서 온 편지 “끝장 보고 내려간다”

이달 11일 현대미포조선 비정규 해고노동자 2명이 울산 현대중공업 인근 20미터 높이의 고가도로 난간에 올랐다. 14일에는 광화문사거리 30미터 광고탑에서 비정규·장기투쟁 해고노동자들이 고공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날 하늘에서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땅의 청소·하청 노동자들이 영상통화로 연결됐다.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고가다리 교각에서 고공농성 중인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대의원은 “하청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목숨 걸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는데 이왕 올라왔으니 끝장 보고 내려가겠다”며 “단식 고공농성을 하는 6명의 동지들과 함께 승리해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하는 이인근 노조 콜텍지회장은 “정치권에서 해결해 주지 않는 노조 파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우리의 투쟁만이 우리의 삶을 지켜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노동자의 봄은 그냥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며 “올해 봄 최저임금 1만원을 쟁취하고 비정규직 없는 진짜 봄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윤자은 bory@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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