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코어라는 자동차부품 생산회사가 있다. 자동차에 쓰이는 베어링이 주력 생산품이다. 건실하던 회사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들어오면서 휘청거렸다. 10년 동안 경영권이 7번이나 바뀌었다. 2015년에는 김대중 정권 후반기를 흔들던 비리게이트의 핵심 인물, 최규선씨가 회사를 인수했다. 최씨가 손댄 기업은 무수히 사라졌지만 어렵지 않게 또 썬코어를 인수했다. 지금 계열회사 썬텍과 도담시스템스는 썬코어와 함께 자금을 돌려가며 위험상황을 모면하고 상황이다. 최씨는 이런 와중에도 막대한 돈을 받아 갔다.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을 겪었다. 투기자본이 제조기업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투기자본을 제어할 방법은 없을까.
 


경제사범들의 자본시장 진입 막아야
김주훈 썬코어노조 위원장

▲ 김주훈 썬코어노조 위원장

40여년을 이뤄 놓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린 회사가 자본의 논리로 포장된 투기자본의 횡포에 무참히 유린당하고 있다. 그들의 막대한 폭리를 위해 건실한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생계에 위협을 느끼며 길바닥으로 내쫓길 위기에 있다.

썬코어에 권력형 비리로 수감된 이력이 있는 최규선이 들어오면서다. 최규선은 이미 다른 기업의 횡령혐의로 수년간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제재 없이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에 회사는 극도로 부실화됐다. 급기야 최근 공장이 멈춰 섰다. 대표는 이미 법정구속됐고 재수감을 피해 도주까지 했는데도 처벌규정조차 없다. 계획적으로 조력자와 더불어 수천만원의 현금을 챙겨 도주했는데도 우발적이고, 단순도주라고 주장하는 것은 개탄스럽다.

관련법 개정과 더불어 경제사범들이 자본시장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우리와 같이 외국인·외국기업 등 확인사실이 힘들다는 것을 악용한 사안들은 외교적으로도 정부 차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는 요구한다. 노동자·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투기자본 철폐를 위해 전 노동자들은 물론 정부·정치권·금융권에서 철두철미하게 관리감독을 시행하라. 그리고 노동자들의 생계와 고용을 유지시키고 유망한 중소기업을 정상화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채권단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제조업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필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

▲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

2015년 7월 ‘기업사냥꾼’인 최규선은 특수목적법인(SPC) 엘앤케이를 통해 루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렇게 11.2%의 지분을 확보해 루보를 인수했고, 그 후 상호를 썬코어로 바꾸었다. 비리게이트로 복역하고 자본잠식으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된 경력이 있지만 최규선의 대주주·경영진 자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규선은 유아이에너지·현대피앤씨·썬코어·썬텍·도담시스템스에서 예외 없이 경영부실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자가 회사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현행법에 제한이 없고, 사모펀드 활성화가 창조경제가 된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이 된 썬코어와 썬텍은 경영악화와 임금체불을 겪었다.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전가됐다. 최규선은 약속한 운영자금 투자는커녕 회사 돈을 횡령하고, 보증채무까지 떠넘겼다. 최규선을 처벌한다고 끝이 나는 게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금융회사처럼 제조업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해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특수목적법인의 대주주 및 경영진도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한다. 최규선과 같이 비리 전력(2회 이상이거나 일정 금액 이상)이 있는 사람은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금지해야 한다. 아울러 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저지른 대주주가 형사처분을 받게 되면 자신의 일부 지분을 강제 매각하게 해 대주주 지위를 사실상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국내기술 보호도 않고, 고용파괴 눈감는 정부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

▲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

LCD 생산업체 하이디스는 2014년 84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이듬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생산공장을 폐쇄한 뒤 희망퇴직으로 전체 직원 377명 중 253명을 내보내고, 희망퇴직 거부자 중 79명을 같은해 3월31일 해고했다.

하이디스는 수차례 투기자본에 매각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전자 LCD 사업부로 시작한 하이디스는 현대전자를 분리매각하는 과정에서 2002년 중국 기업 비오이(BOE)그룹에 매각됐다. 중국회사는 인수 직후부터 하이디스 기술을 빼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확보한 기술로 2003년부터 중국현지에서 LCD를 생산했다. 기술을 빼먹은 비오이는 2007년 대만 이잉크사에 하이디스를 매각했다. 지금 하이디스는 생산은 하지 않고 광시야각 원천기술(FFS) 특허권 사업만 매진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에 의한 기술유출과 정리해고라는 점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가진 특허기술을 보호하지도 못했고, 고용을 파괴하고 도망가는 것도 관리하지 않았다.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라 외투기업에 퍼주기만 하고 국내 고용시장을 지키는 대책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외투기업에 고용을 줄이지 않도록 관리·감독하고, 고용을 늘릴 때는 세제혜택 등을 주는 정책을 폈더라면 하이디스 정리해고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대만 원정에 수차례 나섰다. 현지에서 피켓 시위 정도를 했는데도 대만 정부는 시위 당사자들이 다시 대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입국을 금지했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외교 갈등을 불사한 것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기업사냥꾼 최규선 문제에 산업은행과 정치권이 답하라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

▲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

법적 처벌을 피해 도망쳤던 최규선이 잡혔다. 그자는 알다시피 김대중 정권 최대 게이트사건의 주범이다. 그 사건으로 실형을 살고 나와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등에게 투자금을 받아 본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인수한 기업에서 부실경영·기업자금 횡령 등을 저질렀고, 그 결과 그 자가 장악한 기업의 노동자들은 실직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횡령으로 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유아이에너지와 현대피엔씨는 물론이고 썬코어·썬텍·도담시스템스에서도 노동자들은 고통받는다.

최규선은 도담시스템스의 채무를 썬코어에 전가하고, 썬코어의 채무상환을 위해 썬텍의 투자를 받는 식으로 한 기업의 부실을 전체 기업체로 전이시키고 있다. 썬코어의 경우 현재 소재나 물품을 살 돈이 없어 공장을 가동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임금체불이 지속되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공장을 떠났다. 반면 기업을 그 지경으로 만든 자는 고액의 보수와 활동비를 챙겼다.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능력도, 의사도 최규선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판단된다.

이제 주채권자이며 산업보호의 법적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 최규선이 장악한 모든 기업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했던 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 썬코어는 최규선 전에도 10년간 17차례 대주주가 바뀌었다. 정치권이 나서 ‘기업사냥꾼’의 약탈에서 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개혁해야 한다.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면서 경제성장을 말하는 것은 모두 거짓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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