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지회장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16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갑을오토텍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을 규탄하고 사측 대리인이었던 박형철 청와대 비서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노조파괴·직장폐쇄로 악명 높은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뒤 노조간부 형사고소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의지와 맞지 않은 인물"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박 비서관은 공직 임명 뒤 갑을오토텍을 변론한 사실이 알려지자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다"고 해명했다. 경찰·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노조파괴를 시도했던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갑을오토텍과 계약을 맺은 뒤 어떤 업무를 맡았을까. <매일노동뉴스>는 16일 갑을오토텍이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간부들을 고소하면서 검찰·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3건을 입수했다. 지회는 회사와 2015년 임금교섭과 2016년 임금·단체교섭을 하다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해 조합원 지명파업·태업을 간헐적으로 진행했다. 회사는 2015년 말부터 관리직 신입사원을 생산현장에 투입했다. 쟁의행위 중 금지돼 있는 대체생산이 이뤄지자 노사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지회는 지난해 7월8일 공장을 점거하는 파업을 시작했고, 회사는 같은달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는 이날 현재 295일째 계속되고 있다.

갑을오토텍 고소는 직장폐쇄가 단행될 즈음인 지난해 7월 집중됐다. 지회는 지난해 6월 사업장 갈등이 고조되자 가족간담회를 열고 상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장 내에서 진행하려던 간담회를 회사가 불허하면서 가족을 들여보내려는 지회 조합원과 회사 관리직들의 몸싸움이 일어났다. 회사는 감금 등의 혐의로 지회 간부들을 대거 고소했다.

공장 점거파업은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관리직 대체생산을 저지한 행동은 업무방해 혐의를 씌워 간부들을 고소했다. 세 건의 고소사건에서 박형철 비서관은 고소장에 회사 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회가 직장폐쇄를 중단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서도 회사를 대리해 기각 결정을 끌어냈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박형철 변호사는 회사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조언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노조 쟁의행위를 위축시키기 위해 회사가 지회 간부를 고소한 사건을 적극적으로 대리했다"며 "그가 이름을 올린 고소사건이 여전히 법원 심리 중이어서 박 변호사의 청와대 행이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갑을오토텍은 자신들이 세운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직장폐쇄 등을 준비했다"며 "사전에 지회 간부를 고소해 노조활동 전체를 위축시키려 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민변 노동위원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인권운동사랑방을 비롯한 1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철 변호사는 검찰복을 벗은 후 반부패비서관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전혀 적합하지 않은 행보를 걸었다"며 "스스로 자리에서 내려오든지 임명권자가 결단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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