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인천공항발 직접고용소식에 노동계 기대·요구 분출” “노조활동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은 세상을 꿈꾸며” “파업하면 직위해제, 관행 바뀔까” 등등.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기사 제목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고작 열흘 가량 흘렀지만 켜켜이 쌓인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그야말로 ‘분출’하고 있다. 공공부문부터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리라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반드시 그렇게 되길 응원한다.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파업은 곧 구속’이라는 시대는 아니더라도 쟁의행위에 대한 왜곡된 제도는 여전하다. 복수노조가 도입됐지만 노동조합 활동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나는 00소속 조합원입니다”라는 게 기본인, 나라다운 나라가 시작되길 소망한다.

그동안 당연히 보장받아야 했던, 그러나 잃어버렸던 노동자·시민의 기본권 회복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그런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듣기 좋은 말만 하더라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최근 몇몇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노동계에서도 일부 비판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애정 어린 적극적 비판이다.

먼저 현재 이행되는 정책에는 헌법 33조의 ‘노동’이 없다. 대부분 헌법 32조의 일할 권리와 넓은 의미의 헌법 10조의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에 관한 것이다. 제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가 구성되고 거기에다 일자리위원장은 대통령이 맡고 일자리 100일 계획을 세우는 등 ‘국가는 노동자를 위해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 이념에 충실한 것은 사실이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도 중요한 정책이다.

요컨대 이러한 일자리를 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기본권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 않은가. 새로운 정부가 매번 추진한 수많은 일자리정책이 실패한 이유의 핵심 원인은 ‘노동’이 없는 일자리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며, 법률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무리한 기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일리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우리는 현재 보고 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다.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사용자를 지원했던 박형철 변호사를 반부패비서관으로 임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물론 노동계 전체가 임용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 그것이 정도다.

일자리위원회 구성 또한 우려스럽다. 위원회 구성에서 양대 노총과 비정규 노동자 대표자 등을 위원으로 위촉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새로 선임된 부위원장이 경제관료 출신인 것은 물론이고 30여명의 위원 중 절대 다수가 ‘노동’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들이다. 일자리위원회가 노동이 빠진 나쁜 일자리 양산위원회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되는 이유다. 양대 노총 위원장을 공동부위원장으로 위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청와대 비서진 구성은 전적으로 대통령 몫이다. 청와대에 ‘노동’비서가 있었던 적이 있는지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비서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노동’이라는 명찰을 단 노동비서관 정도는 있어야 노동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경제성장 정책은 이제 폐기해야 합니다. 다음 정부의 성장정책 맨 앞에 노동자의 존엄, 노동의 가치를 세우겠습니다.”

요즘 자주 읽게 되는 문구다. 5월1일 한국노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약속이다. 울림이 크다. “노동자의 존엄, 노동의 가치를 세우겠다”는 다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틀거리를 만들어 가는 아주 소중한 때인 만큼 할 말이 많아지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니리라.

이 기간에나 가능할 것이다. 진짜 ‘노동’을 맨 앞 줄에 둬야 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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