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호 노동운동가

‘문재인 대통령 표지사진’을 이유로 한겨레가 공격당하고, 대통령이 ‘밥도 혼자 퍼서 먹었다’는 표현으로 경향신문이 공격당하고,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씨’라고 표현했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가 공격당했다. 한 기자에겐 아이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했단다.

공격을 감행한 무리는 독재시대가 그리운 박사모가 아니다. 세월호 죽음을 농락하던 일베도 아니다. 다름 아닌 언론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던 이들이다. 한 무리의 문재인 맹목 지지자다.

그들은 언론의 거짓 기사를 공격한 게 아니다. 문재인 지지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사진 선택의 문제, 그리고 단순한 표현의 문제다. 그럼에도 거칠게 공격했고,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그 현상을 바라보며 많은 언론인이 시름에 잠겨 있다. 홍위병의 광란이 떠오른다는 우려가 나올 지경이다.

언론에도 당파적인 경향이 있다. 그래서 조·중·동 등을 보수언론이라 칭하고, 한·경·오 등을 진보언론이라 칭한다. 그러나 언론에 진보 또는 보수의 당파성이 있다 해서 그 당파를 무조건 지지하면 안 된다. 언론의 핵심은 비판 기능이다. 비판 기능을 포기한 언론은 기관지나 홍보지다.

문재인 맹목 지지자들의 행태는 언론을 극단의 진영논리에 가두려는 행위다. 지난 시기 우리가 조·중·동에 분노했던 이유는 진영논리에 갇혀 사실을 숱하게 왜곡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매운동에 나선 게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극단의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갈등사회다. 영남과 호남, 진보와 보수, 재계와 노동계 등의 갈등이 사회를 옭아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갈등이 건강한 갈등으로 기능하지 못한 채 대한민국을 좀먹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갈등을 주도하고 증폭시키는 상층은 부와 권력이라는 갈등의 혜택을 독점하는데, 갈등에 갇히거나 동원되는 하층은 부와 권력과 삶의 행복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갈등은 갈등을 주도하는 이들이 서로를 닮아 가면서 상층만 혜택을 보는 갈등이다. 이쪽저쪽 모두를 성찰하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적폐다. 그럼에도 문재인 맹목 지지자들은 언론마저 극단의 진영논리에 가두려 한다.

작금의 사태를 진저리 치게 목도하면서, 조·중·동 불매운동을 이쯤에서 그만둬야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지난 시기 조·중·동 불매운동은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부분적으로 논조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고, 조·중·동에 쏠린 신문 광고시장에 균열도 냈다. 많은 국민이 언론의 당파성을 인식하게 됐다. 거기까지는 좋은 약이었다.

한데 몸에 좋은 약도 지나치게 먹으면 독약이 된다고, 그 약이 일부에 의해 오독되면서 독약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언론인들과 언론노조가 앞장서 진지하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나머지 단위들은 거기에 규정받는다.

사실 조·중·동 불매운동 방침은 이미 파열구가 났다. 경과를 보자. 조·중·동에 광고를 싣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시작했다. 절독운동과 취재 거부로 이어졌다. 매일경제와 조·중·동 종편방송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다 JTBC 취재에 슬그머니 응하기 시작했다. 연말연초 촛불 때는 거리낌 없이 TV조선도 시청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반대 전선에 선 까닭이었다. 그렇지만 어디에서도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각자 편의에 의해 수정한 거였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제는 조·중·동 불매운동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등 시민운동으로는 남아 있되, 진영에 흐르는 방침으로서의 조·중·동 불매운동은 이제 그만하자. 언론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위해. 비정규직·청년·여성·장애인·성소수자·중소 영세상공인 등 극단의 갈등에서조차 늘 뒷전으로 밀리는 밑바닥·주변부 국민의 삶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노동운동가 (jshan896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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