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1일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서울교통공사로 태어났다. 공사는 ‘안전한 도시철도,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모토로 삼았다. 김태호 공사 사장은 “공사의 모든 자원과 인프라는 안전이라는 지향점을 향해 최적화돼 있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해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네 번에 나눠 싣는다.<편집자>


모든 사람은 죽는다. 많은 사람이 불로장생을 꿈꿨으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언제 어떻게 죽는지가 다를 뿐이다. 죽음은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겠지만 그가 노동자라는 이유로 사망하는 일, 그중 작은 사업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또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죽음의 이유라면 그 사회는 공평한 사회일까.

산업현장 안전사고는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돼 버렸다. 정부 통계로만 보더라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재해 피해자가 93만1천485명이고 그중 사망자는 1만9천242명이다. 평균하면 매년 1천924명이다. 매년 세월호 같은 참사가 6번 이상 일어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매우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재의 80% 넘는 재해가 발생한다(2016년 기준 81.6%). 2015년 통계를 재구성한 결과 30대 기업 산재사망자 중 95%가 하청노동자였다는 발표도 있었다. 지난해 안전보건공단 자료에서도 전체 사망재해는 줄고 있는데 하청노동자 사망재해는 가파른 추세로 늘고 있다. 이 통계들은 우리에게 노동이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망사고 대부분이 하청노동자, 즉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민간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한 유해위험업무의 외주화 때문이다. 외주화된 업무에서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원청 의무도 함께 사라진다.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망사고 또한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절감 대상으로 삼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결과다.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핵심은 비용절감이었고, 비용절감을 위해 인적 구조조정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이를 공기업 선진화·정상화로 치켜세웠다. 안전을 위한 규제마저 경영효율에 대한 걸림돌로 취급하는 정책기조에서 노동자 안전을 담보해야 할 산업안전 관련법과 안전매뉴얼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이윤 극대화를 이유로 ‘빨리빨리’ 속도를 강제하는 성과·실적 중심의 환경에서 권한 없는 하청노동자들이 해고 걱정 없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 가능할까.

우리가 진정으로 안전한 사회,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은 안전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다. 이윤보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적 다수인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존엄은 평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평등하지 않은 노동은 결코 존중받지 못한다. 존중받을 수 없는 노동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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