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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기사승인 2017.06.09  0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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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나무는 아름드리 자라 사람 무게를 너끈히 견뎠다. 길에서 오래 지낸 사람은 높은 곳 오르는 데에 거침없었다. 고개 들어 살피던 아랫자리 동료들이 고공농성이냐고 묻고 웃었는데, 마냥 빈말은 아니었다. 언젠가 굶고 버틴 고공농성장이 거기서 가까웠다. 대수선하느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이 어수선했다. 농성장 겹겹의 비닐은 비와 바람과 추위를 막았지만 한낮 햇볕을 거르진 못했다. 이제 낡아 바스락거리던 반투명 비닐 위에 검은색 그늘막을 덮는 일이었는데, 농성장 규모 따라 일이 컸다. 떡 본 김에 제사라고, 오래 묵은 살림살이도 꺼내어 말렸다. 두툼한 겨울 침낭에선 곰팡내가 났다. 유통기한 지난 컵라면 상자에 먼지가 진득했다. 일 많다고 미룰 일이 아니었다. 한 번쯤은 뒤집어엎어야 사람이 산다. 경찰이 무전기 들고 잠시 오갔을 뿐 별일이 없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르다고, 끈 붙들고 있던 시멘트 공장 노동자가 혼잣말했다. 며칠째냐는 질문에는 답이 늦었다. 지난해 11월부터라고만 했다. 가지치기 탓에 수척한 나무가 꿈쩍 않고 그 곁을 지켰다. 실은 새잎 내고 키우느라 보이지 않게 바삐 움직였다. 소원 띠 줄줄이 달고 당산나무를 닮아 갔다. 그 아래 농성 천막이 또 오랜 시간 꿈쩍 않고 버텼는데, 거기 사는 사람들은 온갖 집회 연대 다니느라, 집 고치느라 바빴다. 땀 흘려 수척했다. 비 갠 하늘이 맑았고, 햇볕이 어디에나 공평했다. 대수선 마친 농성장 그늘이 짙었다. 그을린 사람들이 그 아래를 찾아들었다. 높은 곳 올라 위태롭던 사람도 그늘 아래에 들었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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