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국내 알바 노동자들 사이에선 ‘알바계의 삼성’이라고도 불린다. 맥도날드가 다른 알바 일자리 임금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와 알바노조가 16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한다. 맥도날드가 국내에서 단체협상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아무개 알바노조 조합원은 “이번 단체교섭이 알바 일자리의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12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앞두고 맥도날드 크루와 트레이너를 비롯한 직급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살펴봤다.

◇45초 햄버거에 ‘화상’ 달고 살기=맥도날드 그릴(주방)에서 패티를 굽는 알바노동자들은 화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몇 해 전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맥도날드 크루로 일하다가 치킨 패티를 건지는 망에 닿아서 팔에 화상을 입었다. 패티가 다 됐다는 부저가 사방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고, 매니저는 빨리 패티를 건지라고 재촉했다. 이가현 위원장은 “45초 햄버거 논란도 있었듯 햄버거를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매니저 평가에 반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는 다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하 알바노조 여성사업팀장도 “맥도날드에서 일하면서 손에 밴드를 네 개씩 붙이고 다녔다”며 “그릴 바닥이 미끄러운데 그 사이를 뛰어다니다 보면 뜨거운 기계에 화상을 입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알바노조가 교섭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장갑과 토시 지급을 요구하는 이유다.

◇식대 대신 주는 햄버거에도 계급 있다?=맥도날드는 직원들에게 식대로 현금 대신 햄버거를 준다. 직급별로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종류는 다르다. 4시간 미만 근무하는 크루는 2천원대 불고기버거·치킨버거·치즈버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트레이너는 4천~5천원대 1955버거·베이컨토마토디럭스·쿼터파운더 치즈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맥도날드는 가장 아래 크루부터 트레이너-스윙매니저-세컨드매니저-퍼스트매니저-점장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급사회다. 이가현 위원장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데 직급별로 다른 햄버거를 지급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트레이너는 크루로 일한 지 3개월 이상이 되면 지원가능하며, 시험을 거쳐야 한다.

한창 나이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면 햄버거 하나만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다. 매일 먹는 햄버거가 지겹기도 하다. 4년 넘게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는 트레이너 박아무개씨는 “햄버거가 너무 지겨울 때는 편의점에 가서 개인 돈으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사 먹는다”고 귀띔했다. 이가현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햄버거 차별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식대를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근무제, 양날의 칼=크루나 트레이너들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매주 스케줄매니저가 짜는 일정에 근무시간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계약서에도 유연근무제를 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있다. 스케줄매니저 역할은 주로 퍼스트매니저가 담당한다.

알바 노동자들에게 유연근무제는 양날의 칼이다. 근무시간을 조정해 나머지 시간을 활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스케줄매니저가 일방적으로 근무시간을 삭감해 노동자의 퇴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김은하 팀장은 “맥도날드는 유연근무제를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에게 시간 선택권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알바노조는 근무시간을 정할 때 노동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근무시간 삭감을 통한 퇴사유도를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매장 내에서는 안전보건 법규를 잘 지키고 있다”며 “안전사고를 대비해 응급조치 구급함도 구비돼 있고, 필요한 경우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맥도날드 내부 매뉴얼에 45초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며 “45초 안에 만든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45초가 넘는다고 패널티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크루의 근무일지는 1분 단위로 기록돼서 법에서 정한 8~9개의 수당이 모두 자동으로 계산돼 지급된다”며 “노동법규를 잘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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