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니월드 홍보 이미지

“경마장은 단순히 경마만 하는 곳이 아니라 건전한 레저스포츠의 명소, 테마파크의 명소가 돼야 한다. 에버랜드보다 더 가고 싶어 하는 테마파크로 만들겠다.”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 회장의 지난 2013년 12월 당시 취임사다. 위니월드는 ‘세계 최초 롤플레잉 말 테마파크’라는 수식어를 달고 지난해 10월 개장했다. 2년 동안 844억원을 들였지만 현재 매월 8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위니월드의 위탁운영을 맡은 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는 6개월째 직원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개장한 지 반년을 갓 넘은 테마파크 위니월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면에는 국정농단 사태가 있었다. 애초 사업시작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기업 마사회가 예산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사업이지만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부당한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에 계약을 몰아줬다. 마사회는 위니월드 사업의 외부 감사를 피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아무런 외부 감사 없이 800억원대 사업 추진”=감사원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최순실씨 관련 국정개입 의혹 사안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이 최근 3년간 추진한 사업을 대상으로 올해 1월19일부터 3월10일까지 감사를 시행했다. 감사원 레이더망에는 위니월드도 걸려들었다. 감사원은 “마사회의 사업담당자들이 계약 관련 법령을 위배해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한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업을 추진한 마사회 직원 3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테마파크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도 실시하지 않는 것이 드러났다.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신규 투자사업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사업계획서·예비타당성조사 의뢰서를 각각 제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마사회는 2014년 6월 위니월드 조성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위니월드 조성사업(354억원)과 고객진입공간 개선사업(194억원)을 세부사업으로 추진했다. 총사업비가 548억원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인데도 마사회 담당자는 “세부사업 각각의 규모는 500억원 미만이므로 별개 사업으로 추진하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했다. 일종의 사업분할 꼼수를 쓴 것이다.

총사업비는 당초 548억원에서 최종 84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액했다. 이 과정에서도 외부 감사는 받지 않았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한 사업 중 총사업비가 사업추진 이전 단계보다 30% 이상 증가한 사업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타당성 재조사를 의뢰·실시하도록 돼 있다. 마사회는 당초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비 증액과 관련한 심사도 피해 갔다.

위니월드


◇감사 피하기 꼼수에 부당 수의계약=마사회는 위니월드 사업 감사를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를 동원했다. 마사회 담당자는 상부에 “고급화를 위해 설계변경을 하되 설계변경 금액이 클 경우 외부 감사기관의 감사를 받을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피하고자 일부를 신규발주하거나 공사 시행계획에 제외했던 각종 운영집기를 신규발주한다”는 내용으로 보고하고 그대로 추진했다. 부당 수의계약 혐의도 드러났다. 2천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은 공개입찰하도록 규정한 국가계약법을 피하기 위해 계약 쪼개기 꼼수를 썼다. 마사회는 사전에 정해 놓은 13개 업체와 부당하게 4억5천만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입찰 대상 계약을 200만원부터 1천900만원까지 47건으로 분할한 것이다.

문제는 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위니월드의 위탁운영을 맡은 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는 매월 7억9천여만원의 운영적자를 내고 있다. 직원과 아르바이트생과 협력업체 직원 등 총 200여명이 일하던 위니월드에는 현재 3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임금체불이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이 하나둘 떠났다. 직원들은 6개월째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 직원 A씨는 “지난해 12월 급여부터 지급되지 않았다”며 “회사도 매달 적자로 체불 임금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입장객이 단 한 명도 없는 날도 있었다”며 “이정도로 파행운영 되는 데에는 원청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마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 진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노동부는 노동자들이 요구한 근로감독에 대해 최근 공문을 보내 "사업운영이 중단된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실익이 없을 것으로 보여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많이 퇴사하기도 했고 사실상 사업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13일 오후 담당 근로감독관이 현장조사를 나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주가 아르바이트생 108명의 임금 2억2천830만원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돼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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