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은 광운대역에 "반드시 도보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입환 작업수칙을 새로 설치했다.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의 입환(열차 연결·분리) 작업을 재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고 조영량 수송원이 입환작업 중 사망하자 이틀 뒤 코레일에 광운대역 입환업무 중지를 명령했다. 지난 19일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 입환업무가 재개됐지만 안전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 통로 없이 “걸어서 작업하라”

20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이날 오전 광운대역 입환업무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북부지청은 19일 광운대역 입환작업에 대한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 코레일은 이달 5일 입환작업 안전조치안을 제출했지만 노동부는 세 차례 보완을 요구했다. 코레일이 18일 제출한 안전조치안이 4수 끝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노동부는 공문에서 “승차금지와 도보 입환작업 등 변경된 작업계획서 내용을 준수해 작업할 수 있도록 철저한 감독을 시행해 달라”며 “작업계획서상 내용을 준수하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작업방식 일부를 변경하는 것으로는 입환작업을 위한 안전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차량 승차금지와 도보 입환에 따른 인력변화 요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조합원 사망사고 요인으로 지목된 화물차량에 매달려 이동하는 작업은 금지됐지만, 위험업무는 단독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은 이동통로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걸어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

노조는 이날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장에게 작업중단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조합원들이 작업을 거부하자 관리자들이 입환업무를 하고 있다. 진원석 노조 운수조사국장은 “자갈길 100미터를 걸으면서 다섯 차례나 몸이 크게 휘청여 넘어질 뻔했다”며 “도보통로 확보나 인력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재개하면 또 다른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동부에 항의서한, 추가 안전조치 요구

지난달 사고 이후 철도 노사는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세 차례 열었다. 노조는 △안전 입환인력 확보(조별 7명) △지정휴일 강제사용 중단 △선로 간 사용하지 않는 가건물 철거 △입환 방해 수목제거 △건축 및 선로 폐자재 정리 △광운대역 수송조합원·기관차승무원 정신안정 심리치료기관 선정과 지원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합의하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을 항의방문했다. 노조는 “안전조치 확보 계획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재해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며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김갑수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고 이후 도보로 입환하라는 것 외에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중지가 해제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노동부가 27~28일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말했다.

노조는 코레일이 도보입환에 따른 조치와 교육을 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을 업무에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서울지방본부는 “열차에 승차해 이동하는 것은 작업시간 단축을 위한 것인데 도보로 이동하라고 하면 작업시간이 훨씬 늘어난다”며 “이동통로가 확보되지 않은 자갈길을 걸어야 하는데, 같은 업무량을 소화하려면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조 서울지방본부는 21일 오후 광운대역광장에서 고 조영량 조합원 추모문화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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