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는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 동진오토텍의 폐업 과정에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개입이 이뤄졌다는 증거를 공개했다.이정미 의원실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 동진오토텍의 폐업 과정에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협력업체에 노조가 생기자 이를 부담스러워한 현대차와 현대글로비스가 도급계약 해지 같은 방법으로 노조파괴를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금속노조 동진오토텍지회는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탈퇴 회유·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한 재취업 방해·쟁의행위 대비 계획 등 현대차·현대글로비스·동진오토텍이 노조파괴 계획을 공모한 내용이 담긴 내부 문건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동진오토텍은 현대글로비스에 모듈 같은 차체부품을 공급한다. 완성차 생산 과정에 따라 부품을 실시간으로 운송하는 서열납품을 한다. 현대글로비스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현대차 생산공장에서 업무를 하기 때문에 현대차 협력업체와 다를 바 없다. 서열납품은 완성차 생산공정에서 빠질 수 없는 업무다.

이곳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같은해 12월28일 단체협약 조인식을 하며 원만한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듯했다. 그런데 회사는 느닷없는 경영 악화를 사유로 사업부문 매각과 도급계약 해지를 단행했다. 올해 1월 일부 사업부문 매각이 이뤄졌고, 4월20일에는 글로비스와의 계약해지를 이유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동진오토텍이 하던 업무는 7개 업체가 나눠 맡았다. 이 과정에 조합원 100여명이 해고됐다.

울산지역 노동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동진오토텍 사태 배후로 현대그룹사를 지목했다. 자동차 간접 생산공정까지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사법부 판결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협력사에 노조가 생기자 그룹 차원에서 대응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노조 정보 입수됐을 때 보고하라"
현대글로비스, 협력사 노사문제 직접 관리


현대글로비스는 지회가 설립되기 전인 지난해 6월 '협력사별 대응방안(동진오토텍)'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동료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한 정보가 입수됐을 경우 보고체계(반장→부서장→사장, 글로비스 동시보고)"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원청이 협력사 노사문제를 직접 관리한 셈이다.

현대차·현대글로비스·동진오토텍은 지회가 파업을 했을 때 대체인력 투입계획도 미리 세웠다. 동진오토텍이 지난해 11월 작성한 '비상상황시 서열공급 대응 운영방안' 문건에 "(파업시) 본사 및 현대글로비스 대응 보고" "(대체)인원 미확보시 부족인원 지원 협조 요청" "현대글로비스와 HMC(현대차)에 지원 협조 요청"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같은해 12월 작성한 문건에는 "동종사에 개인신상 공유(타 사업장 입사 차단)"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올해 4월 동진오토텍 관리자가 지회 조합원과 통화를 하면서 "조합으로 있는 상황에서는 울산에서 안 받아 줄거다. 명단 다 뿌려졌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정미 의원은 "노조 설립 후 동진오토텍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노조탈퇴를 회유하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다른 업체에 돌리기까지 했다"며 "이러한 모든 내용이 현대차·현대글로비스·동진오토텍이 수차례 회의를 거쳐 진행됐다"고 말했다. 금속노조와 이 의원은 3개 회사를 부당노동행위·취업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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