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6일 산업안전보건법상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제도를 위반한 혐의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 9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와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법 질서를 농단하고 정부정책을 파탄 낸 현대차그룹을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유해·위험설비를 갖춘 사업장은 위험물질 누출이나 화재·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공정안전보고서(PSM)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노사 동수로 구성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심의하고 회의록을 만들어야 한다.

완성차 생산공장에는 도장공장 배기가스를 소각하는 축열식소각로(RTO)와 유류저장탱크·유류주입시설 같은 위험설비가 있다. 그런데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단 한 번도 보고서 작성을 위한 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노조를 배제한 채 회사가 단독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노동부에 제출했다. 노동부는 이런 하자가 있는 보고서를 승인했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보고서가 노동부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기아차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공문서 조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의결을 거친 것처럼 공문서를 허위 작성해 노동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탁선호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현대기아차는 가스 누출과 폭발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산업재해 예방제도를 기만하고 사업장 중대사고 예방조치를 방조했다"며 "이 같은 행위는 정부기관을 적극적으로 속인 것으로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노사 대표가 서명한 심의서를 제출해도 된다는 정부 유권해석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지금은 위원회 심의를 거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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