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사흘 남았다. 7월16일이 2018년 최저임금 결정시한 마지노선이다. 이마저도 넘기면 최저임금위원회 역사상 최초로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칼럼을 쓰는 12일에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0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결정되긴 어렵다. 결국 15일 11차 전원회의에서 밤샘진통 끝에 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저임금 관련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이번 주말이 결정적 시간이다.

회의 불참을 선택한 중소상공인 대표 사용자위원들의 작전은 어설펐다. 결기는 물론이고 명분도 부족했다. 노동자위원들이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논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지만 단박에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무익한 진영논리에 갇힌 채 재벌사용주의 방패막이를 자처해 버린 꼴이 됐다. 을들의 연대를 통한 상생전략이 유일한 활로인데도 애써 도외시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국민임금이다. 저임금 노동자 500만명의 임금 기준이다. 노동자를 고용한 수백만 영세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인건비 수준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은 사회임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불평등 심화를 개선할 가장 강력한 마중물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은 소득인상분을 생필품 구입에 지출하므로 내수 진작의 지렛대가 된다. 식민과 분단과 독재에 이어 양극화에 시달려 온 한국 사회가 촛불시민혁명을 분기점으로 정글에서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그 첫 번째 관문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1만원이 너무 높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앞두고 있는 한국 사회를 염두에 둔다면 엄살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불로소득으로 가져가는 천문학적인 배당금과 초과이윤은 보이지 않는가.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시정하고 대자본의 골목상권 침해를 바로잡기만 해도 최저임금 인상의 걸림돌을 줄일 수 있다. 만만찮은 임대료는 차치하고라도 카드수수료와 본사 가맹수수료 및 부대비용만 합리적으로 인하해도 영세자영업자의 고충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중소상공인들을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에게 응당 같은 을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숙제인데도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상생의 길이 있는데도 외면하는 어리석은 행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은 노조 조직률 10%의 기울어진 운동장 대한민국에서 무노조 노동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이 돼 버렸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1.8%(2016년 8월 기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분석 결과)에 불과하다. 거의 무권리 상태에 가깝다. 870만 비정규 노동자 전체의 월평균 임금은 150만원으로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갓 상회하는 수준이다. 임금교섭권을 갖는 노조 바깥으로 내몰린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1인 이상 전국 사업장에 단일하게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이 유일한 기준이 된다. 무노조 저임금 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으로 변하고 말았다. 따라서 최저임금 1만원은 결코 높지 않다. 생활임금 수준의 적정한 요구일 뿐이다.

2017년 대한민국은 밥을 나누지 못하면 공멸이 불가피한 양극화 사회다. 연인원 1천700만명이 촛불을 들고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절절하게 요구한 이유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역진불가로 가속화돼 온 불평등을 바로잡을 강력한 수단이다. 자기 임금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된 500만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들과 가족의 삶의 질이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결정된다.

지난 20여년 동안 노동자를 위한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시행된 적이 거의 없다. 최저임금 1만원은 촛불시민혁명에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동력이 팔팔하게 살아 있는 2017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노동현안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 성공의 핵심 열쇠인 생산적인 노정관계 정립이 최저임금 1만원 조기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 아직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명되지도 않은 화급한 상황이지만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미룰 수 없다. 을들의 연대를 진전시키면서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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