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ㄴ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금지하기로 못 박았다. ㄴ공업은 직원의 25%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해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제로 사업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노조의 끈질긴 요구와 최근 정부의 부당노동행위·최저임금 위반·임금체불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방침이 회사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비정규직 해고되자 들고일어난 정규직들

19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 소재 ㄴ공업 노사는 지난 18일 기본급 7% 인상과 생산수당 신설, 근속 2년 미만 직원 상여금 인상,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채용 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번 임단협의 핵심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었다. ㄴ공업 전체 직원 890여명 중 비정규직은 100여명이다. 정규직은 상여금 700%에 매년 성과급이 100%씩 고정적으로 지급됐지만 비정규직은 상여금 100%밖에 받지 못했다. 복리후생 혜택도 누리지 못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복지 차이가 심각했던 데다 2년 계약기간이 도래한 비정규직들이 잇따라 해고되자 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2015년 초반까지 파견직을 사용해 오던 ㄴ공업은 불법파견 논란이 일면서 같은해 4월1일자로 파견직 18명을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회사가 올해 3월31일자로 이들 중 6명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12명은 계약해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결혼을 앞두거나 아이 돌잔치를 준비하던 비정규직들이 갑작스럽게 문자메시지로 계약종료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규직들이 들고 일어났다. "노조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비정규직들을 모두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상여금 차이가 사실상 700%까지 나는 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어긋나며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을 넣고, 부당해고 구제신청까지 하려 하자 회사는 이들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나머지 비정규직들도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정규직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약속을 어기고 곧바로 4월 계약기간이 만료된 1명의 계약을 해지했고, 5월에도 정규직 전환을 앞둔 4명 중 1명을 해고했다.

회사 '비정규직 고용안전판론' 설파에도
노사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채용 금지' 합의 


노조는 곧바로 임단협을 요구했고, 5월25일부터 시작한 교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시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교섭에서 "정규직을 위해 비정규직은 25%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비정규직을 자르겠다"며 비정규직을 고용안전판으로 사용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방노동위원회 마지막 조정일인 이달 17일을 넘겨 18일 새벽까지 마라톤 교섭을 한 끝에 노사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 금지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채용할 경우 노조와 사전 협의 △채용된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결격사유 등 미채용 사유 발생시 노조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근속 2년 미만 직원의 상여금은 현행 100%에서 '입사 3개월 후부터 연 350%' 지급하기로 했다.

금속노련 관계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시정을 하겠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와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근로감독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공공기관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바람이 불고 있는데 민간영역으로 확대되는 게 중요하다"며 "연맹 산하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첫발을 뗀 상징적인 단협인 만큼 다른 민간사업장에도 널리 전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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