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경찰의 선별적이고 작위적인 법집행이 노조활동을 하는 선량한 시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법은 상식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현행 집회 소음기준이 상식에 부합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송기훈(43·사진) 사무금융노조 코리안리재보험지부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발신자는 종로경찰서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으니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경찰 출두 후 반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전과자가 될 위기해 처해 있다. 송기훈 지부장은 19일 오전 서울 수송동 지부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집시법상 소음기준이 집회·시위 같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문제가 된 집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고 했다. 10여차례 교섭에도 입장 변화가 없자 수송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했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연 집회였다. 2016년 9월30일 정오부터 40분간 집회가 이어졌다. 조합원 100여명과 상급단체 간부 60여명이 참여했다. 발언대 뒤편으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그 너머에 경찰 정보관 2명을 포함해 10여명의 경력이 배치돼 있었다. 회사가 인사팀을 동원해 집회를 방해한 탓에 약간의 몸싸움도 벌어졌다. 집회 중 경찰이 갑자기 찾아와서 ‘소음기준치를 넘어섰다’며 확인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마이크를 잡고 있으면 주위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잘 모르지 않나. 정신이 없어 서명을 한 후 집회 관계자들에게 ‘볼륨을 줄여 달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줄였는지는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집시법 시행령은 집회 소음이 75데시벨(주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부가 이와 같은 소음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송기훈 지부장을 올해 1월6일 종로경찰서로 불러 사건을 조사했다. 한두 차례 유선으로 추가조사를 하더니 6월 말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달 7일 송 지부장을 서울중앙지법에 벌금 50만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집시법이 제정된 법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집시법이 과연 그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관련 법규에 소음기준이 있는 곳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75데시벨이라는 음량이 대중에게 심각한 불편을 야기하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전화벨 소리가 내는 소음이 75데시벨이다. 법에 명시된 숫자라고 도식적으로 운영할 부분은 아니다. 과거에 사는 곳 인근에서 누군가 저녁마다 장송곡을 틀었다. 집시법상 소음기준 이하였다. 그러면 잘못이 없는 것인가. 동대표와 당사자 간 합의로 문제가 잘 해결됐다. 집회 소음에 관한 법집행에 있어서도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음기준치 초과로 상업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대중에게 심대한 불편을 끼치는 경우에 한해 집시법 취지에 맞게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현행 집시법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이유라고 본다.”

법원은 올해 2월 이상호 KT전국민주동지회 의장에게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그가 주도한 집회에서 소음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KT전국민주동지회는 벌금형의 근거가 된 집시법 14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법률이 헌법으로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다.

KT전국민주동지와 민변은 “차도와 인접한 도심의 소음이 70데시벨에 달하는데 집시법 기준을 적용하면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찰 의견대로 약식재판에 의한 법원 결정이 나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것이다. 집시법을 지금처럼 운영하면 경찰이 마음먹기에 따라 특정 집회나 노조를 속된 말로 '조지는' 것이 가능해진다. 공권력이 집시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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