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무기계약 노동자 처우개선을 담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20일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는 긍정과 우려, 아쉬움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전 정부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비정규직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가이드라인이 분쟁의 소지를 담고 있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양대 노총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둔 공공운수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공공연대노조·민주일반연맹 등은 일제히 논평을 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정부 의지 보인다" 환영

한국노총은 "가이드라인 발표로 정부가 바뀐 것을 실감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적극 환영하며, 반드시 실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가이드라인이 노동계와 협의 속에 도출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관계부처·전문가 논의 외에도 11차례에 걸친 노정협의와 4차례 공공기관 간담회를 하면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민주노총은 특히 정부가 상시·지속적 업무의 판단기준을 완화한 점과 정규직 전환 대상에 직접고용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간접고용(파견·용역)까지 포함하고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방안을 담았다는 것에 점수를 줬다. 전환 예외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기관 상황을 감안해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전환 심의위원회 및 정규직화 추진단 컨설팅팀에 노동계 참여를 보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축소, 차별해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반면 가이드라인에서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로 특정 직종을 명기해 갈등과 분쟁 가능성을 남긴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를 전환 예외사유로 분류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강사와 기존 교원, 사범대생,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교사·강사 등 기간제 노동자들을 전환 예외사유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동안 각종 전환예외 조치로 고용불안을 겪으며 교육현장에서 일한 26만명의 기간제 및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해당 노동자들의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으므로 조속한 시일 안에 전환방안을 마련해 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환 예외사유·단계적 추진 등 갈등 소지 많아"

노동계는 정부가 '고용안정 후 차별 개선'이라는 단계적·점진적 추진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차별적 처우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을 외면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학교비정규직을 비롯한 무기계약직이 많은 직종의 경우 고용안정과 차별 및 처우개선이 동시병행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촉구했고,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은 정부가 단계별 추진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대략적으로라도 이행시기와 구체적 처우개선 방안을 이른 시일에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가시화되자 일부 현장에서는 기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정규직 전환 심사 과정에서 억울하게 고용승계에 누락되는 노동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는 이미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고 앞으로 이런 사례가 없도록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무기계약직을 대폭 늘려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혹평했다. 노조는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정규직 대비 어느 정도까지 임금을 인상하느냐는 것"이라며 "무기계약이 되기 전과 후의 임금이 똑같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무기한 비정규직, 평생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일반연맹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은 추가 실태조사를 거쳐 추후에 정규직화한다는 부분이 매우 아쉽다”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 등 민간위탁 과정에서 최저임금 위반·고용불안·열악한 처우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런 현장부터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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