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과 고용노동부가 노동현장 갈등을 풀기 위해 직접 얼굴을 맞댔다. 노정교섭의 첫발을 뗀 것이다. 3자가 정기적으로 대면하기로 하면서 월권 논란을 낳았던 각종 노동부 지침 폐기나 노사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노동계와 정부에 따르면 양대 노총 대표단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성기 노동부 차관과 각각 만나 1차 노정대표급 협의를 개최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정혜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각각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사관계나 노정관계 현안을 노동부와 직접 대면해 논의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일자리위원회를 비롯한 기구와 소통하기는 했으나 특정 현안을 놓고 의견을 조율한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노동부가 '현장 분쟁 갈등 해결을 위한 노정협의체'를,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을 위한 노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실무협의를 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이날 협의에서 한국노총은 일반해고(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폐기를 노동부에 요구했다. 노조 선거과정에서 사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현안, 복수노조가 출현한 뒤 노사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KPX케미칼노조 사건 등을 놓고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노사자율로 노조전임자수를 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건넸다.

민주노총은 부당노동행위 없는 사업장, 장기투쟁 사업장 재발방지책,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우선 해결 같은 3대 원칙을 제안했다. 노동부 의지로 해결이 가능한 사업장과 제도개선을 동반해야 하는 사안을 분류하며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민주노총 투쟁사업장은 전국 90여곳에 이른다.

양대 노총과 노동부는 대표급협의를 비정기적으로 갖는 대신 정기적으로 실무급협의를 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방청별로 추가협의를 갖기로 해 중층적인 대화 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성과에 따라서는 이번 협의가 중앙단위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틔울 가능성도 높아졌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하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먼저 하면서 신뢰를 구축하고 이후 (사회적 대화 참여) 요구가 들어온다면 내부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협의는 향후 노정관계에서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보여 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노동부가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논의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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