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는 마필관리사를 상대로 인사·징계권을 상당 부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계는 “마사회가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마필관리사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품위 손상’ 명목으로 지나친 제재
“사용자성 물을 수 있는 주요 징표”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올해 3월 제주경마공원(렛츠런파크 제주) 마필관리사 A씨에게 '말 관리 정지 30일' 징계를 내렸다. 마필관리사 A씨와 B씨가 서로 다퉈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마사회는 올해 3월 ‘심판위원 제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경주마 관계자들이 상호 폭언·욕설·협박·폭력 등의 행위를 하면 과태료 500만원 이하 또는 면허정지 3개월 이하 징계를 하도록 했다. 근거는 경마시행규정(108조 23호)이다. 경마의 건전한 시행에 나쁜 영향을 미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주마 관계자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필관리사의 사용자인 조교사나 조교사협회가 인사위원회를 열어 처리할 사안까지 마사회가 직접 징계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는 “마사회가 경마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보지만 품위 손상을 이유로 포괄적 제재에 나선 것은 지나친 권한 행사”라고 반발했다.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경마 시행주체로서 불가피한 조치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요한 징표”라며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업무수행 전반에 관여하고자 한다면 직접고용을 하고 노동법상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이와 관련해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사용자성이 있다고 해석될 만한 규정과 시행세칙을 올해 2월 개정했다.<본지 6월19일자 '마필관리사 사용자성 우려? 마사회 시행세칙 슬쩍 변경 논란' 기사 참조>

마사회에 자문을 한 법무법인은 “가능하면 경마시행을 위해 불가피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로 마사회 관여 권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는데, 마사회가 실질적 권한행사 범위를 오히려 넓힌 것이다.

“노동부가 마사회 사용자성 따져 봐야”

이용득 의원은 “마필관리사들에 대한 마사회의 제재는 근로조건을 제약하는 것으로 직접고용 관계에서의 사용자 제재와 똑같은 효과를 갖는다”며 “마필관리사 자살 문제에 대해 마사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미온적 태도를 보여 결국 두 번째 죽음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두 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마사회측은 "경마시행을 주관할 뿐 마필관리사와 관련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어 왔다. 1993년 개인마주제 시행 이후 개인마주는 조교사에게 경주마 위탁을 맡기고 조교사는 마필관리사를 직접 고용한다. 마사회는 마주와 출주계약을 맺고 조교사와 마사 대부계약을 맺지만, 마필관리사와는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부산경남경마공원 고용실태를 조사한 뒤 “마사회가 마사를 대여하고 마주가 조교사에게 말 관리를 위탁한 과정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보다 세밀한 조사를 통해 마사회의 마필관리사 사용자성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공공연맹·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공공운수노조로 구성된 마사회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공동 TF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개인마주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와 외국 경마장 운영실태를 조사한다. 다음달께 마필관리사 직접고용 제도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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