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따위 기술 진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은 연결됐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소통을 위한 온갖 단체톡 방이 바삐 돌아간다. 펜과 수첩이 어느새 낯설다. 유물 취급이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사람들 또한 예외는 없어 한 손엔 깃발을, 다른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에 선다. 그러나 찍고 듣고 엿보고 즐기는 스마트 생활이 오래 앓던 이를 어쩌지는 못한다. 현장의 적폐 청산을 외치는 목소리가 이미 폰 안에 가득했지만 굳이 먼 길 달려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인다. 된더위와 소나기를 감수한다. 머리띠 두르고 투쟁가를 부른다. 종종 머리 깎고 바닥을 긴다. 밥을 굶고 노숙한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낡은 방식이 웬 것이냐는 핀잔이 스마트폰 안에 넘실댄다. 꾸역꾸역 한데 모여 굳이 촛불 밝혔던 지난 광장에 사람들이 오늘 또 모여 섰다. 세상 더 새롭기를 외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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