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투기자본 폐해를 막기 위해 일부 산업에 한정된 대주주 자격심사를 전체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가 매각·인수·재매각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노총과 약탈경제반대행동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투기자본의 폐해와 노동조합의 대응전략 2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이 약탈경제반대행동에 의뢰해 작성 중인 보고서를 중간발표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노조, 매각 당사자 지위 당연"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보고서에서 썬코어·쌍용자동차·씨앤앰·외환은행을 투기자본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지목했다. 1차 토론회에선 이들 기업에 속한 노동자들이 겪은 피해 사례가 소개됐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을 막기 위해 노조의 단계적 대응전략을 제안했다. 첫 번째가 기업의 매각·인수 과정에 참여하는 사회 공론화와 선전활동이다. 이 공동대표는 “기업 매각·인수 과정에서 노조는 언론사·시민단체·상급단체를 통해 인수 자본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며 “더욱 중요한 부분은 사업장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를 인식한다는 것은 자신이 속한 회사가 공공성이 높은 기업인지, 어떤 자본이 투입돼 있는지, 매각의 최종 결정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관계당국·금융기관·언론사를 대상으로 인수자본이 왜 투기성을 갖는지, 매각을 할 경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공동대표는 “지금껏 투기자본의 기업 인수가 원천 봉쇄되지 못한 것은 한편으론 사회공론화와 선전활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협상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그는 “경영권이 노조의 투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법원 판례에만 존재할 뿐”이라며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서 매각 당사자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매각 후 자본유출에 대한 경영감시도 노조의 주요 과제다. 이 공동대표는 “투기자본은 대개 기업 인수단계부터 여러 세력과 결탁해 ‘돈 되는 것’이 있으면 전방위적인 투기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경영감시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매각 단계와 관련해 “기미가 포착되면 대외적인 연대사업을 전개하면서 먹튀를 원하는 투기자본 공세에 대비하고, 정부에 정당한 법적 절차 준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사법개혁 동반해야"

법·제도 개선 과제도 제시됐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은행업을 인가할 때는 법률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를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산업에도 원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면 투기자본의 자본유출 및 감시 기간에 노사합의에 의한 고용안정협약이나 선제적인 매각에 대한 개입절차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투기자본으로부터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사법개혁이 수반돼야 한다"며 "투기자본이 저지른 피해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 형량이 내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형량 합산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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