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숨진 노동자 4명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하청업체와 재계약을 맺고 일한 이른바 물량팀 노동자로 밝혀졌다. 이들은 밀폐공간 작업시 반드시 배치하도록 돼 있는 감시자도 없는 상황에서 특별안전교육조차 받지 않은 채 위험작업에 투입됐다. 안전관리 감독체계를 무력화하는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조선업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22일 금속노조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폭발사고 피해자들은 STX조선해양 협력업체인 금산기업에서 재하도급을 받은 ㅁ산업 소속 노동자들이다. ㅁ산업은 금산기업 작업현장에 장기간 인력을 공급한 사실상 인력공급업체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선박 탱크 안에서 도장 스프레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용자는 밀폐된 장소 작업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반드시 특별안전교육을 해야 한다. 작업순서와 안전작업방법, 전격 방지 및 보호구 착용에 관한 사항을 교육해 산재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밀폐공간 외부에는 작업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자를 둬야 한다.

노조에 따르면 피해노동자들은 특별안전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됐다. 정전기 방호 보호구나 송기마스크도 받지 못했다. 원청으로부터 밀폐현장 감시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는 휴무일이라는 이유로 사고 당일 출근하지도 않았다.

안전조치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현장 안전관리 감독을 총괄할 책임이 있는 원청은 작업을 허가했다. 노조가 사고 당일 STX조선해양의 '위험작업 신청·허가서'를 검토했더니 1차 전산승인과 2차 현장승인이 돼 있었다.

STX조선해양이 최근 구조조정으로 안전보건환경팀 인력을 절반 가량 줄인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조 관계자는 "사고 당일 250여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했는데 원청 안전보건환경팀 인력이 3명에 불과했고 그나마 1명은 사무실에 상주해 있었다"며 "인력 구조조정으로 위험 대처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밀폐공간 작업을 감시하는 것도 불가능했다"고 비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노동자 간 작업소통을 불가능하게 하고 안전보건대책 사각지대를 만드는 다단계 하청과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해야 산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를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더 적은 정규직과 더 많은 비정규직으로 작업기일을 조정하고, 휴일에 안전장치도 없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을 하도록 독촉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다단계 하청의 단절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예방하려면 위험업무를 하청업체로 전가하는 조선업 고용구조를 근원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