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노사정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에서 "대통령 자신이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지를 갖고 국정운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이전 정권과 달리 일자리 양뿐만 아니라 질을 중시한다는 점을 특색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올해 5월10일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주문한 후 이틀 만인 같은달 12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민간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일자리정책에 영향을 받는 다양한 주체들이 사회적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
일자리 100일 평가 세미나 열어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2대회의실에서 일자리위원회 후원으로 일자리 정부 100일 성과와 향후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승택 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 성과와 과제’ 발제에서 "정권 출범 100일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에 짧은 기간임에도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일자리가 국정운영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며 "취임 직후 일자리위를 설치하고 새 정부 경제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시로 설치된 일자리위는 6월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수립·발표했다. 이달 8일에는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체계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다음달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일자리 정부 5년 로드맵'을 발표한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경제를 국정전략 중 하나로 정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같은달 25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겠다"며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를 4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했다.

김승택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까지 신경 쓰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였던 이중구조·격차 완화가 주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자리위가 범부처적으로 일자리정책을 기획·조정하면서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는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자리 문제는 노동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노동을 넘어 경제·사회·복지·교육 전 분야에 걸쳐 협조체계를 구축해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라며 "일자리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집단과 사회적 대화를 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정부 일자리정책을 민간으로 확대하려면 법·제도 개선과 국회 협조가 필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김 부원장은 "국회 협조가 어렵다면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플랜B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발전적으로 개편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 탈바꿈할 것인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일자리 창출에 국회 협조 필수
사회적 대화 통한 공감대 형성이 대안


노사단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사회적 대화를 강조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국정운영 중심에 두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선 것은 긍정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그러나 "일자리정책과 노동정책이 노정 간 조율을 거치지 않고 민원 해결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며 "정부 행정상 조치를 넘어 근본적인 개혁을 하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여소야대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추경에서 공무원 1만2천명을 충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2천575명으로 대폭 축소됐다"며 "야당의 발목잡기가 반복될 수도 있는데, 사회적 대화를 통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이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일자리 중심 경제성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고 일자리 질 측면까지 신경 쓰는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시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김 사무부총장은 "지금은 일자리 양과 질 모두를 강조하지만 성과가 나지 않고 지지부진하면 결국 일자리 양 중심으로 돌아가 과거 정권의 잘못된 행태를 반복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지 않게 하려면 일자리정책을 노동정책으로 연결시켜 노동할 권리를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노조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에서의 임금·노동조건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일자리 질을 높이려면 노조를 만들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부총장은 아울러 "정부가 노동적폐를 청산하고 노조할 권리를 포함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 줘야 노동계도 진정을 담아 대화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정책은 일자리위, 노동정책은 노사정위
이용섭 부위원장 “노사 간 배려·양보, 국민 관심 필요”


경영계도 대화를 요구했다. 류기정 경총 상무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 특성상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책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며 "노사정위를 발전적으로 개편하고 사회적 대화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류 상무는 "고용을 경제운영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경영계도 동의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도 있다"며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혁신성장과 규제완화에도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업종별·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정책 수립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 스스로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산업별·지역별 중층적 사회적 대화체제를 구축하고 일터혁신으로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일자리 문제는 노사 간 이해가 상충돼 서로 양보하는 배려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대로 일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각종 법률을 개정해야 하기에 국회 협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를 이끌어 내려면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세 가지를 확보해 소기의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신철 일자리기획단 부단장은 이와 관련해 “일자리정책과 노동정책이 밀접한 부분이 많은데 일자리위는 일자리와 직접 연관된 정책만 다룰 예정”이라며 “노동정책은 노사정위에서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