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
“답답해서 나왔어요.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교섭 한 번 이뤄지지 않았어요. 더 많은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힘을 합쳐야 하는데 잘릴까 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혜(31·사진)씨가 7일 오전 청와대 앞에 섰다. 그의 손에는 “노사갈등 부추기는 외부인사 퇴출! 전찬혁 사장이 직접 나와 교섭하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피켓 뒤로 볼록하게 나온 배에 시선이 머물렀다. 하씨는 임신 8개월 임신부다.

이날 아침 충남 당진에서 올라온 하씨는 올해 1월 세스코에 입사한 신참이다. 서비스컨설턴트 현장직인 그는 임신으로 7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그가 임신 8개월 몸으로 청와대 앞에 선 이유는 하나다. “상생하자.”

하씨는 올해 4월 정규직으로 발령되자마자 노조에 가입했다. 세스코에 노조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다. 세스코 노동자들은 2월 회사의 최저임금 위반과 노조 설립 주동자 회유작업 등을 폭로하고 노조 설립을 공식화했다. 노동부는 3월 수시근로감독을 하고 “세스코가 2015년 한 해 최저임금을 위반해 2억6천300만원을 미지급했다”며 시정을 지시했다.

하씨는 최저임금 위반과 성과금을 이유로 한 경쟁 부추기기, 청년들의 잦은 이직을 보며 “회사가 자기주머니 채우기에 바빠 노동자들의 신임을 잃었다”며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는 3월 회사에 교섭을 요구하고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회사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전 사업장 교섭요구사실 공고’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노조와 회사는 7월부터 세 차례 교섭을 했지만 임금과 단체협약에 대한 어떤 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임금체계를 바꾸려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공청회를 열고 임금개편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는 지난달 29일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하씨는 "회사 망하라고 파업하는 노동자는 없다"며 회사에 대화를 촉구했다. 전찬혁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진급은 포기했어요. 중요한 것은 세스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는 거예요. 회사가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어요.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상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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