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민호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지난 8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다.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다.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1991년부터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다. 원청 건설사 중기사업부 정규직 직원이었다. 그때 종합건설업을 하려면 건설사가 일정 수준의 장비와 인력을 보유해야 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건설사들이 중장비 사업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한순간에 건설사에서 잘려 나가 비정규 노동자가 돼 버렸다. 현장이 개설되면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들이 원청 건설사와 타워크레인 임대계약을 맺었고, 그에 따라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고용했다. 정규직으로 일할 때와 달리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고용과 실업을 반복했다. 1년 동안 타워크레인 조종을 못하고 실업자가 된 적도 있다. 그럴 때면 택시운전으로 돈을 벌었다. 동료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실업 기간에는 대리운전이나 신문배달을 하면서 먹고살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3개월에서 6개월은 실업을 겪는다. 1년 가까이 일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노동자들에게 노조에 가입해 권익을 주장하라고 했다. 미국 건설현장에는 적정임금 제도나 숙련공을 양성하는 인력수급 구조가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고도의 숙련공인데, 이들에 대한 양성체계가 한국에는 없다. 타워크레인을 온전히 조종하려면 3년 정도 걸린다. 필자도 처음에는 부기사(보조 조종사)로 일한 후 정식 조종사가 됐다. 더욱이 타워크레인 건설노동자가 고용을 요구하면 되레 범죄자 취급을 한다. 한국 조선업이 힘들어졌을 때 정부가 고용대책을 마련했던 것에 비하면 처참한 상황이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건 하루아침에 잘렸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살려면 노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임금·단체협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타워크레인을 와이어로 고정시킨 탓에 태풍이나 강한 바람이 불면 수많은 사고를 일으켰던 ‘와이어가잉’ 공법을 없앴다. 자재를 옮기다가도 툭하면 터져서 각종 사고를 냈던 ‘항공 마대’도 인양함에 담도록 했다. 건설현장에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2001년부터 매년 임단협을 통해 휴지 조각에 불과했던 근로기준법이 임단협으로 정착되도록 했다. 2003년부터는 ‘고용’ 문구를 임금·단체협약에 담았다.

올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5월부터 4개월간 교섭을 했다. 현재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노총 타워크레인 임단협과 조합원이 없다면 건설현장 노동조건은 외환위기 시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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