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남기고 분신한 조영삼씨가 20일 오전 사망했다. 조씨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분신한 뒤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고인 죽음을 애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과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8개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것이 자신의 목숨을 던져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고인의 뜻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했으며, 그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 고인이 이런 형극의 결단을 내린 것은 미국 압력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가 아니겠냐”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자신의 생명을 걸면서까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남긴 고인의 뜻을 문재인 정부는 새겨들어야 한다”며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서야 한다는 고인의 또 다른 목소리 역시 전해지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조씨는 유서가 된 편지에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전제한 뒤 “사드는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긴장과 전쟁 위험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저의 산화가 사드 철회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방울이나마 좋은 결과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북한을 상대로 “민족의 운명은 우리민족끼리 합심해 짊어지고 간다는 정신으로 미국과 ‘밀당’하기 전에 남북 대화의 장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조씨는 1992년 5월 남북고위급회담 진입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출소한 후 아르헨티나에서 살았다. 95년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씨 초청으로 밀입북했다가 독일로 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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