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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자본론의 현재성

기사승인 2017.09.2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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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지금부터 딱 150년 하고도 1주일 전인 1867년 9월14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 1권이 출간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자본론에 관해 짧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자본론 부제는 정치경제학 비판이었다.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경제학은 시민들이 자본주의를 시장의 균형 법칙이 지배하는 완벽한 체계로 이해하고, 자본주의를 자연사 법칙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역할을 했다. 경제학에 따르면 빈곤과 폭력을 참다못해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체계의 일시적 오류이거나 도태 과정에 있는 생산요소일 뿐이었다. 경제학은 단지 여러 분과 학문 중 하나가 아니었다. 자본가가 스스로 지배를 정당화하며 체계를 재생산하는 지적 힘이었다. 경제학은 자본주의 외의 대안체계를 지적으로 봉쇄했다. 이 경제학을 비판하지 못하면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노동자운동은 대안세계를 상상할 수 없다. 마르크스가 그의 책 부제를 경제학 비판으로 정한 건 자본주의에 대한 일종의 도전장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도전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자본론은 현재에도 설명력을 가지는가.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본론은 19세기 초·중반 1차 산업혁명 시기 자본주의를 분석하며, 스미스·리카도가 대표한 고전파 경제학을 비판한 책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나 경제학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제시한 기본 개념들은 여전히 현실에서 설명력을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론. 노동가치론에 따르면 자본주의에서 사회적 부(富)의 크기는 생산자가 지출한 사회적 노동시간 총량에 비례한다. 그렇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이 첨단 디지털 기술을 소유한 기업들은 사회적 노동을 투입해 수입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지적재산권이나 네트워크 독점으로 수입을 얻는다. 지대(rent) 수입이다. 디지털 기술을 소유한 기업들은 사회적 부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그것을 점유하는 방법을 혁신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방식으로는 노동시간당 새로 생성되는 사회적 부의 크기, 즉 노동생산성이 늘어나기 어렵다. 우리는 마르크스 노동가치론으로 최근 디지털 기술 혁신이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둘째 화폐론. 자본주의 시장에서 조직되는 사회적 분업은 화폐를 매개로 한다. 생산자들은 오직 화폐를 통해서만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다. 화폐는 단지 거래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화폐는 자본주의적 분업을 조직하는 물질적·이데올로기적 힘이다. 그래서 세계화폐로 사용되는 달러는 미국의 물질적·이데올로기적 힘인 것이다. 그런데 금화 같은 노동생산물이 아닌 현대 화폐는 국가 신용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가치를 대신한다. 미국이 천문학적인 정부 부채와 무역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국가 신용에 대한 믿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절대적 군사력 때문이다. 마르크스 화폐론은 미국이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미사일방어체계(MD)로 중국과 러시아를 제압하려 하는지, 북한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대응하는지 설명해 준다.

셋째 착취론. 임금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다. 사회적 부의 크기가 지출된 노동에 비례하는데, 만약 노동의 대가 전부를 임금으로 받았다면 기업은 이윤을 가질 수 없다. 기업에 이윤이 있다는 것은 지출한 노동 중 일부의 대가만 노동자가 받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이윤의 원천을 불불노동(착취)이라고 규정했다. 착취의 최대치는 임금이 노동자가 노동능력을 재생산하지 못할 정도로 적은 것이고, 최소치는 이윤이 남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이다. 이 사이에서 착취 수준이 결정된다. 여기서 변수는 이윤율에 영향을 받는 기업 투자, 노동력 공급의 원천인 인구 증감, 그리고 노동자 계급투쟁 등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기업 이윤이 증가하는데도 노동자 임금이 충분히 오르지 않고 있다. 마르크스 임금론은 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제시한다. 만약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임금 정체는 노동자의 계급적 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넷째 위기론.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을 조직한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자본을 투자한다. (자본과 노동의 분배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투자한 자본이 충분하게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면 투자 자본 대비 이윤의 비율인 이윤율이 증가한다. 한데 보통 노동생산성 증가에 필요한 자본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늘어난다. 어느 순간이 되면 노동생산성 증가에 필요한 자본량 증가가 이윤율을 감소시킨다. 이 경우 노동 몫을 줄여 이윤율을 복구하거나 자본 투자를 줄여야 한다. 전자는 노동자 반발과 소비 감소로 인한 문제점을, 후자는 국가 경제의 성장률이 감소하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좀 더 적은 자본투자로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어야 이 문제점이 해결된다. 하지만 이런 기술혁신은 쉬운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이런 상황을 구조적 위기라고 불렀다. 최근 세계경제와 우리나라 경제가 겪고 있는 장기 불황은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구조적 위기 현상과 같다. 이런 위기는 인간을 위해 생산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축적의 무한경쟁을 벌이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다.

150년이 지났지만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여전히 현실 자본주의를 분석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늘날 한국 노동자운동은 마르크스 경제학 비판에서 혁신의 참조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 경쟁을 자연법칙으로 만든 경제학을 비판하는 것은 노동자 단결을 위한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속한 사회진보연대에서는 다음달부터 오늘날 한국 경제를 마르크스 자본론으로 분석하는 대중강연을 연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많은 참여를 부탁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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