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부당노동행위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은영 기자
정부는 올해 6월 부당노동행위 근절방안을 발표을 발표하며 “노동기본권과 노사관계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한 달 뒤에는 “부당노동행위 집중 감독기간을 운영해 지도감독하고 부당노동행위 의심 사업장에 대한 집중 감독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추가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노동현장에 만연한 부당노동행위를 얼마나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마냥 시간을 줄 수도 없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때로는 그것이 의도됐건 의도되지 않았건 부당노동행위를 방조·방임한 노동부와 검찰로 인해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국정감사장에 세우게 해 달라”

지난 18일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동광기연에서 23년간 일한 김아무개(53)씨가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지난해 8월 희망퇴직한 뒤 1년 넘게 실업상태였다. 김완섭 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장은 “김씨가 희망퇴직을 후회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민주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당노동행위 증언대회에 참석한 김 지회장은 “지난해 사장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해고시킬 거다. 위로금 줄 때 떠나라’며 희망퇴직을 강요했다”며 “김씨는 '회사를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며 후회했다”고 전했다. 당차고 날선 목소리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비판하던 김 지회장의 목소리가 이내 잠겼다.

김 지회장을 비롯한 43명의 동광기연 해고노동자들은 244일째 천막농성 중이다. 회사는 올해 1월13일 조합원 67명에게 문자로 정리해고와 공장매각을 통보했다. 협의는 없었다. 회사는 그룹 지배권을 회장의 두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모회사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을 대량 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해고 과정에서 회사는 부당노동행위도 서슴없이 자행했다.

“회사는 해고통보 이후 조합원 전원에게 회유와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비조합원 일부는 동광기연 관계사나 동광그룹 본사에서 고용을 승계하기도 했죠. 이 모든 것은 부당노동행위예요. 김경호 대표가 직접 서명하고 공증까지 한 고용보장 확약서와 단체협약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4월 “해고사유의 정당성이 없고 노조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암흑의 상황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절망으로 뒤집혔다.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가 “공장이 이미 매각된 터라 구제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초심 판결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김 지회장은 “경기지노위 부당노동행위 판정 뒤 노동부가 제대로 관리·감독만 했다면 노동자가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노동부를 증인으로 세울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동광기연 해고 노동자들은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NJ(노조) 많이 해소, 개별면담 통해 탈퇴시켜라?”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부당노동행위도 드러났다. 올해 초 최저임금 위반으로 논란이 된 세스코에서 최근 한 지역본부장이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고영민 민주연합노조 세스코지부장은 “한 지역본부장이 해당 지역 지사장들에게 메일을 보내 직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라고 지시했다”며 “회사는 올해 4월 전국 팀장에게 노조 가입 인원과 노조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 지부장이 이날 공개한 문건에는 “(SC 공청회에서) 그동안 NJ 관련 이슈에 대해 오해가 있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됐다는 평이고, 가입자들도 탈퇴하겠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지사에서도 공청회 후 개별면담을 통해 가입 직원들 설득과 이해를 통해 가입자수를 최소화해 주시길 바란다”고 명시돼 있다. 고 지부장은 “NJ는 노조의 약자”라고 설명하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 수사 매뉴얼을 마련하고 사후수습이 아닌 예방차원에서 조기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현행법에 고의적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책임이 노조에 있고 2천만원 이하의 솜방방이 처벌규정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부당노동행위 예방이나 처벌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노무사는 “부당노동행위는 노사 간 집단적 자치질서를 무시하고 노사관계의 평화로운 질서를 해치는 중대범죄”라며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은 징역형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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