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제과 프랜차이즈업체인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이른바 '임금꺾기' 혐의가 정부 근로감독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5천378명의 제빵기사를 직접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파리바게뜨 협력업체가 제빵기사들의 퇴근시간을 조작해 빼돌린 110억원이 넘는 연장·휴일근로수당 지급도 명령했다.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에 만연한 비정상적 고용형태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노무관리"=노동부는 21일 오후 파리바게뜨 본사와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11곳, 직영점·위탁점·가맹점 5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들에게 사실상 직접 지휘·명령을 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사용사업주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본사나 가맹점주는 도급 협력업체 직원인 제빵기사들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없다. 제빵기사들에게 지휘·명령할 수 있는 건 협력업체다. 이를 어기면 불법파견이 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은 위생·품질관리를 위해 제빵기사에 대한 본사 차원의 교육이나 훈련을 허용한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 업무지시 내용과 강도가 이 범위를 넘어섰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채용부터 평가·임금·승진에 이르기까지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대로 시행했다. 파리바게뜨 소속 품질관리사(QSV)가 SNS 단체채팅방을 운영하면서 제빵기사들의 출퇴근시간을 실시간 관리했다. 지역별로 만들어진 채팅방에서 품질관리사가 "생산일지를 등록하라"거나 "가맹점 청소를 해라" 혹은 "케이크를 빨리 만들라"는 식으로 업무지시를 내렸다.

노동부는 "11개 협력업체 승진기준과 임금테이블이 똑같았다"며 "가맹사업법상 교육훈련 범위를 벗어나 제빵기사들의 노무를 직접 지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 연장근로 요청 등 업무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노동부는 파리바게뜨에 제빵기사 등 5천378명을 직접고용하도록 시정지시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사법처리되고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형우 근로기준정책관은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뜨 본사의 지휘·명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음에도 프랜차이즈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법 사각지대가 돼선 안 된다"며 "노동관계법상 보호가 취약한 업종은 선제적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제빵기사 임금꺾기에 본사 직원 연장근로수당도 안 줘=노동부는 제빵기사에 대한 '임금꺾기'도 적발했다. 11개 협력업체들이 소속 제빵기사 전산자료를 조작해 연장·휴일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빼돌린 액수가 110억1천739만1천원이나 된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디지털포렌식팀이 제빵기사 관련 전산자료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 밖에 파리바게뜨는 본사 직원들의 각종 고정수당을 통상임금에 넣지 않아 월 20시간의 포괄약정 연장근로수당 10억100만원과 약정 연장근로시간 초과분 수당 14억7천만원을 주지 않는 등 24억7천100만원의 연장근로수당을 미지급했다.

또 사무보조원·관리 준전문가 등 파견대상업무에 노동자 58명을 파견받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실제로는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머천다이저(51명)·회계사무원(4명)·총무사무원(3명)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사용한 머천다이저 60명(퇴직자 포함)에게는 복지포인트·하계휴가비 등 5천485만원을 주지 않았다. 점포 제조직·생산직·홀서빙·조리직 등 기간제 노동자 329명에게는 복리후생비 2억986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한편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 허영인 SPC 회장과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협력사 관계자들을 부르겠다고 예고했다. 이 의원은 "SPC를 비롯한 본사는 파리바게뜨의 불법적 인력운용과 노동관계법 위반이 상당 부분 사실로 밝혀졌음에도 책임을 협력사에 미루고 갈등을 부추기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며 "지금이라도 SPC와 파리바게뜨 본사는 불법적 인력운용과 노동관계법 위반을 사과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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