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산하기관인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지난해 강행한 성과연봉제 확대로 인건비가 부족해지자 기본급과 복지포인트·수당을 노동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삭감해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지침을 폐기했는데도 이를 따르기는커녕 노동자 호주머니를 털어 성과연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 동의 없이 기본급·수당·복지 축소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올해 1~5월 지급된 기본급에서 3%씩 소급해 차감한 뒤 6월에 주는 5월치 급여에서 일괄 삭감했다. 이후 전년보다 3% 줄어든 기본급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연구원이 갑자기 기본급을 삭감한 것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면서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연구원은 기재부가 지난해 1월 공공기관 비간부 사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하자 종전 15.5%였던 성과연봉 비중을 25%까지 늘렸다. 올해 2월에는 기본급을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6월에 지급하는 전년 성과연봉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추가로 확대된 성과연봉 비중(9.5%포인트)만큼 임금을 줄이려다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하자 일방적으로 기본급 3%를 삭감해 지급한 것이다.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재정상황을 가결산한 뒤 적자가 예상되면 6.5%포인트를 추가로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올해 연봉계약도 미뤄 버렸다.

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 기본급 9.5% 삭감에 동의한 경우에만 재계약하고 있다. 연구원은 기본급 삭감에 그치지 않았다. 월 30만원 상한이었던 초과근무수당을 20만원으로 줄였다. 부서장 직책수당은 7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삭감했다. 1인당 100만원인 복지포인트는 아예 폐지했다. 초과근무자 저녁식대 지원도 중단했다.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고 임금·복지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개별동의서나 직원총회 등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은 “연구원이 성과연봉제 확대에 따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본급 3%를 삭감하면서 부담금을 내겠다고 했는데, 결국 부족한 재원 전액을 임금삭감과 복지축소로 해결했다”고 비난했다.

이용득 의원 “노동적폐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에 분노”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안대진 원장이 취임한 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구체적인 기준 없이 육아휴직 복직자들의 근무성과평가에서 일괄적으로 C등급을 매겨 물의를 빚었다.<본지 9월29일자 6면 ‘육아휴직 복귀자 근무평가는 무조건 C?’ 기사 참조>

근무성과평가 규정을 바꿔 기관장이 직권으로 5점을 가감할 있도록 한 후 지난달부터 저성과자 해고 제도 도입을 추진해 노동자들이 반발하는 실정이다. 기본급 삭감과 복지포인트 삭감, 육아휴직자 근무평가 하락에 따른 연봉 축소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노동자 중 일부를 원거리로 발령하거나 유연근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보복인사 논란도 일었다.

안대진 원장은 <매일노동뉴스>의 취재요청에 “입원해 있어 곤란하다. 다음에 기회를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안 원장은 23일로 예정된 국회 환노위 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출석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득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양대 지침과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면서 노동개혁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지난 정권의 노동적폐를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에 분노를 느낀다”며 “연구원장은 국정감사에 나와 부당노동행위와 갑질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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