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1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천378명 전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지만 이는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파리바게뜨 본사로부터 직접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종속돼 있었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품 균질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항변했으나 노동부는 그러한 이유로 불법이 합리화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본사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사들을 교육하고 훈련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노동부는 이 역시 불법파견 면죄부로 삼지 않았다. 법률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기준에 비해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해석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빵을 만드는 회사에서 빵을 만드는 사람을 직접고용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기이하다. 병원에서 의사를 외주업체에서 빌려 쓴다면 어떨까. 법원에서 판사를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또 어떤가.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업체에서 수리기사들을 직접고용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동부는 4년 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문제를 조사한 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당시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가지 불법파견 지표들을 발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주된 이유는 도급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점, 서비스 동질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원인이 설명된다고 결과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닌데 노동부 태도는 범행동기가 밝혀졌기 때문에 불법을 용인해야 한다는 격이었다. 정답은 도급목적 달성을 위해 불가피하고 서비스 동질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결론 아닐까.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주요하게 근거로 삼는 것 중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 있다. 위 법률에 따르면 본사가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의 채용·교육·업무지시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 취지는 ①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성장하고(1조) ②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이익을 공유하고(2조·9조) ③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향상하는 것(18조)이다. 그러나 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은 도급계약서상 삼성전자서비스와만 배타적인 계약을 맺어야 하고 계약 종료 시 다른 사업을 영위할 능력이 없어 폐업하는 점 ② 업무기술과 수리매뉴얼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개발해 협력업체에 하달하고 신입기사 교육 및 정기·수시교육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직접 시행하는 점(협력업체는 기술개발 능력도 없고 필요도 없음) ③ 수리기사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기본급도 없는 소위 '건 by 건' 임금체계 아래에서 대부분의 비수기에 최저임금도 안되는 급여를 받았으며 지금도 기본급이 겨우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 점 등을 볼 때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의 관계는 애초부터 상생협력법을 원인으로 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 실태는 위 법률이 만들어진 2006년 3월3일 이전과 그 이후를 비교할 때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법률 도입취지는 중소기업과 그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 그야말로 '상생'을 하자는 것인데 그와 정반대로 위장도급·불법파견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마치 치료약을 살인수단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위 법률을 토대로 대·중소기업 간 체결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 결과를 평가해 모범사례를 매년 10여개 뽑는다. 모범사례를 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 지원으로 개발한 기술을 통해 외부시장을 확대해 추가 수익이 대거 발생하는 경우들이다. 해당 중소기업들은 소위 벤처기업 또는 스타트업 회사들이다.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창의적인 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은 그야말로 본사에 종속된 부서 또는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

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사건에서 제빵업 특성상 상품 균질성 유지 필요성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에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가맹사업법 일부 문언을 들어 파리바게뜨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불법성을 합리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수반되는 혼란과 비판이 두려워 이를 묵혀 두면 그것이 바로 적폐다. 지난 정부는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구체적 사실관계가 파리바게뜨와 다르지 않고 오히려 불법 정도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문제를 현명하게 풀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