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이상 전화를 받지 않을 때, 1시간 간격으로 사진을 첨부해 복무보고를 하지 않을 때, 근무·교육시간 중 소란행위를 할 때….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영산강·섬진강 환경지킴이에게 경고 조치를 하는 경우다. 금지행위는 13개 조항에 걸쳐 열거돼 있다. 2년 이내 세 번 경고를 받으면 해고된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영산강·섬진강 환경지킴이 운영규정'을 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2006년부터 주요 하천 수계를 보전하기 위해 '5대강 환경지킴이' 사업을 시작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직접일자리사업이다. 지역주민을 채용해 하천순찰·감시·정화활동을 한다. 지킴이들은 모두 기간제 노동자다.

영산강 환경지킴이 A씨는 올해 5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근무시간 중 고용노동부(관계자)와 장시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이 적시된 경고장을 받았다. A씨는 "통화한 기억이 나지 않고 경고 처분이 과하다"며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경고 구제신청을 냈다.

그는 심판회의에서 "설사 근무 중 통화를 했다 하더라도 환경지킴이 운영규정에 통화금지 항목은 없다"며 "경고는 해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엄한 징벌인데, 이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근기법 규정을 상회하는 엄한 처벌"이라고 항변했다.

최근 전남지노위는 A씨가 신청한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전남지노위 관계자는 "경고를 받은 근로자는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 처분은 징계사유와 양정 두 가지 면에서 적정하지 않다"고 판정했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부문 사용자인 정부가 근기법을 무시하는 인력 운영규정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청) 임의대로 처벌수위를 규정했지만 노동위원회나 법원 판단을 볼 때 운영규정이 부당하다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정부는 운영규정을 만들기 전에 노동관계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지킴이 운영규정에 대한 지적 사실을 알고 있다"며 "(규정 변경과 관련해) 내부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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