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노조 설립에 앞장선 노동자가 해고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측은 우회적으로 노조 설립 반대 캠페인을 하며 현지 노동자들에게 한국 상황을 언급하곤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식의 공포 분위기를 조장했다. 노동계는 한국 금호타이어 본사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설립 주동자, 투표 뒤 해고"=30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조지아공장은 이달 17일 노조 설립을 주도했던 마리오 스미스(Mario Smith)씨를 해고했다. 조지아주 메이컨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에는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한다. 이들은 미국철강노조(USW)의 도움으로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조지아공장 생산직 노동자들의 평균시급은 14.7~18달러다. USW가 조직한 다른 공장들 시급 20~25달러보다 낮다. 미국에선 사업장 노동자 3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우리 노동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노동위원회(NLRB)에 노조 설립 찬반투표를 요청할 수 있다. 찬반투표에서 다시 찬성표가 절반을 넘어야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

USW는 지난달 19일 조지아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80%의 서명을 받아 NLRB에 노조 인정 투표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달 12~13일 진행된 투표에선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찬성 노동자는 136명, 반대 노동자는 164명으로 노조 설립안이 부결됐다.

회사는 노조 설립이 무산되고 나흘 뒤인 17일 스미스씨를 해고했다. 스미스씨는 노조 설립투표 부결 후 우연히 자신이 속한 팀 관리자가 회사에 제출한 보너스 청구서(사진 오른쪽)를 발견했다. 해당 관리자는 ‘비노조 활동 지원(Non-Union Support)’을 보너스 요구 근거로 적시했다. 스미스씨는 해당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노조 설립을 추진했던 동료들과 공유했다가 회사에 적발됐다. 회사는 당일 “기밀정보 유출”을 사유로 스미스씨를 해고했다. USW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신청서에는 “마리오 스미스씨는 최근 선거 이전과 도중, 그리고 그 후 노조활동에 종사하면서 해고됐다”고 쓰였다.

◇사측 노조 설립 반대 캠페인 영향력 막강=80%의 지지를 받던 노조 설립 여론이 뒤집힌 것은 미국 노동법이 사실상 사측의 노조 설립 반대 캠페인을 허용한 것과 무관치 않다. 실제 금호타이어는 선거가 임박하자 미국의 유력 로펌(Constangy, Brooks, Smith & Prophete LLP)에 반노조 캠페인을 의뢰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노조 설립 반대 포스터(사진 왼쪽)다. 해당 포스터는 “한국에서 금호타이어노조의 장기 파업이 2015년 직장폐쇄를 불렀다"는 제목을 달고 있다. 해당 방송보도를 갈무리한 사진도 포스터에 담았다. 이어 “한국 노조는 금호타이어 조지아공장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거나 “금호타이어 조지아공장은 그들의 경쟁상대”라는 문구도 담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는 마치 한국 노동자들이 조지아공장의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것처럼 양측을 이간질하고 노조 설립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며 “한국 상황이 명시되고 노조 금호타이어지회 파업을 비하한 것을 봤을 때 금호타이어 본사가 적극적으로 내용을 제보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등 기획에 참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에서 "한국의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미국 조지아 금호타이어 공장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화 투쟁을 지지한다"며 "조지아공장 사용자들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USW는 조지아공장 노조 설립 찬반투표 과정에서 회사가 부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재투표를 추진한다. 최근 NLRB에 부당노동행위 구제를 신청했다. NLRB가 이를 인용하면 재투표가 이뤄진다.

정혜영 노조 국제국장은 “미국에선 회사가 컨설팅업체에 노조 설립 반대 캠페인을 의뢰할 수 있지만 과정이나 결과에 지배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며 “포스터와 보너스 청구서 등 여러 개입정황이 발견된 만큼 재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모든 노무관리는 공장이 있는 현지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한국의 개입은 없었을 것”이라며 “만약 본사가 자료를 제공했을지라도 미국 현지법과 노동환경에 따른 것인 만큼 문제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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